[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의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보험업계는 태풍 속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개혁안이 정책적 흐름만 나온 단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후에야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유병자와 은퇴자 등 보험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포용적 금융'의 방향으로 실손보험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사진=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사 보험의 조화로운 발전 방향’의 주제로 열린 하계연합 학술대회에서 실손보험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보험 사각지대’를 언급하며 새 정부의 금융정책인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을 기본으로 실손보험이 포용적 금융에 가까워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정밀 분석하고, 현 실손보험 구조의 전면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유병자·은퇴자 등에 대한 실손보험을 도입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위험과 보험 가입에 제한을 받던 유병자, 은퇴자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포용적 금융이라는 큰 틀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상품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자전거 상해와 배상책임, 대중교통 이용, 민사소송, 가족 일상생활 배상책임 보험 등은 가계 실생활과 밀접한 보험이지만 그동안 단독상품으로 판매가 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해당 특약의 손해율을 가름해 봤을 때 단독상품 출시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자료=금융위원회

병력이 있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들은 그간 유병자 보험으로도 일부 장기성 질환을 보호받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유병자 보험 개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은퇴자들은 회사 단체보험의 혜택이 끝난 뒤 개인형 실손보험으로 이관해 보호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현실적인 자동차보험 개편도 아직까지는 상품개발 단계다. 2년 전부터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유관부처와 보험업계가 협의체를 꾸려왔다.

보험개발원과 자동차부품협회, 보험사들은 ‘페이백(payback)’ 특약 상품을 개발 중이다. 자동차를 생산한 브랜드의 부품이 아니더라도 같은 기능을 하는 대체 부품을 넣으면 수리비가 절감된다. 보험사들은 수리비 차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 등 보험료 인하 여력을 지속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우선 부화뇌동하지 않는 한편 긴장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안에 대해 ‘언제까지’ 라는 기간도 나오지 않아 하나의 정책적 흐름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인슈테크, 4차 산업보험도 처음 화두가 된 지 몇 해가 흐른 지금에야 실험적인 상품 일부가 출시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보험사별 대응 방안이 아니라 협회 차원의 입장이 나올 때”라며 “입장 정리와 구체적인 안이 등장하면 보험사별로 작업반을 만들어 상품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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