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7',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 '최강 배달꾼' 포스터(왼쪽부터)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KBS 드라마가 사면초가를 맞았다. 도저히 찾아봐도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KBS2 월화극 ‘학교 2017’은 첫 방송 때부터 지금까지 동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꼴찌를 기록 중이다. 수목극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맨홀)은 올해 KBS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금토극 ‘최강배달꾼’이 그나마 4~6%대 시청률로 체면치레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학교 2017’은 ‘학교’ 시리즈의 명성을 떨어트렸다. ‘학교 2017’은 1999년부터 시작된 ‘학교’ 시리즈의 2017년 버전이다. 첫 회 시청률 5.9%로 시작, 10회까지 4%대에 머물러 있다. 주연배우 김세정을 비롯해 김정현, 장동윤 등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선생님을 맡은 한주완과 한선화 역시 안정된 연기력으로 뒷받침해줬다. 문제는 10대의 주 시청층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교 2017’은 10대 시청자들을 고려해 이번 시즌도 어김없이 방학기간인 7~8월에 편성했다. 하지만 주연배우들이 10대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부족해 보였다. 오히려 남자주인공을 팬덤이 강한 아이돌 멤버로 선발하고, 여주인공을 신인배우로 캐스팅하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맨홀’은 시청률 맨홀에 빠져 나올 줄 모르고 있다. 첫 회 혹평과 함께 시청률 3.1%를 기록했다. 2회 2.8%, 3회 2.2%, 4회 2.0%까지 매회 자체 최저시청률을 거듭하고 있다. 드라마는 28년째 짝사랑 중인 여사친 수진(유이)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낙담하던 백수 봉필(김재중)이 맨홀에 빠져 시간 여행하는 이야기다. 철 지난 타임 슬립 소재는 시청자들의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 B급 코드를 내세울 땐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런데 전체 분량의 80%를 차지하는 김재중의 연기는 웃음을 주기보다 정색을 자아냈다. 부자연스러운 발성과 과잉된 감정연기만 돋보였다. 같은 B급을 내세운 경쟁작 MBC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의 연기와 확연히 비교됐다. 더욱이 여주인공 유이 캐릭터의 매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재중의 원맨쇼를 뒷받침해줄 뿐이었다. 유이는 KBS2 새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대신 ‘맨홀’을 선택한 걸 후회할 듯 싶다.

‘최강 배달꾼’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3.5%로 시작했지만, 시청률 6%를 돌파하며 상승 중이다. 아직 4~6%대 시청률에서 왔다 갔다 해 안심하긴 이르지만, 점점 자리를 잡는 추세다. ‘최강 배달꾼’은 스물다섯 고졸 짜장면 배달부 최강수(고경표)를 중심으로 흙수저의 사랑과 성공을 그리고 있다. 미녀 배달부 이단아 역의 채수빈과 케미도 나쁘지 않다. 금토극이 편성된 지 2달여 밖에 되지 않았고, 심야시간대인 오후 11시 편성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KBS2 드라마는 ‘김과장’ ‘쌈, 마이웨이’의 흥행 신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렇게 동시에 처참한 시청률 폭탄을 맞기도 이례적일 터.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를 읽지 못하고 비슷한 소재만 몰아붙인 탓이 크다. 하루 빨리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사진=KBS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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