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첫 천만영화로 등극했다. 개봉 19일째인 20일 1035만 3,20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고발적’ 메시지를 띤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으로 전 세대 관객을 사로잡았다.

‘택시운전사’의 대표적인 흥행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외부인’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풀어낸 점이다. 기존의 광주 소재 영화가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시각에 초점을 맞췄다면, ‘택시운전사’는 ‘외부인’의 시선을 택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 만섭(송강호)과 독일인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다. 특히 당시의 상황을 전혀 몰랐던 소시민 만섭이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난 후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전반적으로 깔린 따뜻한 감성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흥행에 한몫 했다. ‘괴물’(2006년) ‘ 변호인’(2013년)에 이어 ‘택시운전사’로 트리플 천만 배우에 오른 송강호는 특유의 개성과 친근감이 느껴지는 연기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 역을 맡은 유해진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가 송강호와 조화를 이루며 극의 흥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광주의 대학생으로 분한 류준열부터 비포장 검문소 중사 역으로 강렬한 신스틸러 역할을 한 엄태구, 광주 신문기자 역 박혁권 등 ‘연기 구멍’을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이 포진했다.

흥행의 외부적 요인으로는 타이밍이다. ‘택시운전사’보다 약 일주일 앞서 개봉한 ‘군함도’는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 독점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일부 관객의 비난은 쉽게 식을 줄 몰랐고, 이는 곧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영화는 곧 관객의 힘이 작용하는 법이다. ‘군함도’는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일찍 흥행세가 꺾였다.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레 ‘택시운전사’에 쏠렸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서도 ‘택시운전사’ 관람 열풍도 천만 신화를 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택시운전사’ 팀과 고(故)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영화를 관람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또 국민의당 역시 당권 도전자들이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보수정당 바른정당 도‘택시운전사’를 단체로 관람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택시운전사’는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북미 개봉 후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언론 매체 및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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