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염정아가 영화 ‘장산범’(17일 개봉)을 통해 ‘호러퀸’으로 돌아왔다. ‘장화, 홍련’(2003년) 이후 무려 14년 만의 공포영화 출연이다. 그러나 ‘장화, 홍련’ 속 공포감을 조성하는 무시무시한 새엄마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관객과 함께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이자 ‘엄마’ 희연의 절절한 모성애를 표현하며 폭 넓은 감정 연기를 펼친다.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 당시 ‘장산범’을 처음 본 염정아는 어느 때보다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산범’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며 만족한 듯 웃었다.

“사실 언론시사회 전까지 영화를 못 봐서 궁금했다. 다행히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것들이 잘 나온 것 같다. 허정 감독이 후반 작업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화, 홍련’ 이후 공포 장르에서 러브콜이 뜨거웠지만 정작 염정아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장산범’은 달랐다.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인물의 드라마가 살아 움직였다.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기존의 공포물과는 전혀 달랐다. 연기할 부분이 잘 살아있다고 생각해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염정아의 말마따나 ‘장산범’은 캐릭터의 이야기에 힘을 실은 작품이다. 염정아가 연기한 희연은 치매 시어머니(허진)를 모시며 남편(박혁권), 딸(방유설)과 지내는 인물로 남다른 모성애를 지녔다.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린다. 그런 희연에게 어느 날 딸 또래의 여자애(신린아)가 나타난다. 희연은 여자애를 잃어버린 아들로 여기며 극진히 보살핀다.

“심적으로 공포 영화에서 모성애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많이 부담됐다.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내 의무는 엔딩으로 치닫는 때까지 희연의 감정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의무를 마쳤다고 생각한다. 나 같았어도 희연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엄마의 입장에서(웃음). 그런데 미혼인 분들은 희연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염정아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참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희연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신이 많기도 하지만, 울어야 하는 장면 이상으로 눈물을 흘렸다.

“개 우리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신린아에게 다가가서 ‘나는 믿어도 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신에서 너무 복받칠 정도로 눈물이 났다. 린아를 보고 얘기하는 거지만, 사실 잃어버린 아들한테 말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장산동굴 안에서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엄마가 널 버린 게 아니야.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실제 두 아들의 엄마인 염정아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동탄맘’으로 불리는 주부다. 평소 완벽한 성격답게 아이들의 교육에도 철두철미하다.

“굉장히 철저하게 아이들의 동선을 짠다(웃음). 요일 별로 움직일 수 있게 동선을 짜고 일을 한다. 촬영이 끝나면 집에 와서 아이들의 숙제 검사까지 한다. 그렇게 해야 ‘엄마, 연기한다고 나한테 소홀했잖아’라는 말을 안 들을 테니까.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마음에 걸릴 것 같다.”

완벽한 엄마이자 배우지만 여전히 좋은 작품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염정아는 “아이들이 손 타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두 아들도 이제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이 됐다. 촬영장에 가지 말라고 떼쓰는 나이는 아니다. 그래서 전보다 좀 더 자유롭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인식되는 것이다. 대중에게 ‘염정아 연기는 믿을 만 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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