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지난 17일 정찬우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한국거래소의 차기 수장이 누가될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특히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정 이사장의 후임은 내부 공채 출신이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권 초기라 정권 창출에 기여한 외부 인물들에 대한 ‘보은 인사’ 가능성도 여전히 점쳐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 추석 연휴 전 신임 이사장을 선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정 이사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채 1기였던 박창배 전 이사장(1999~2002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내부 공채 출신이 이사장 자리에 올라설지 주목된다.

최홍식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사진=거래소

공채 출신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지난 1987년 입사한 22기 동기 3명이다.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최홍식 전 코스닥본부장이 꼽힌다. 최 전 본부장은 국제부장 및 해외사업추진단장을 역임한 대표적 거래소 ‘국제통’으로 ‘글로벌 거래소’를 지향하는 시대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 인물로 거론된다. 

지난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주요 시장이 거래량 감소 등으로 정체에 빠져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이사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최 전 본부장은 탁월한 해외감각으로 라오스 한상기업인 코라오홀딩스의 부회장을 맡아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최 전 본부장은 또 코스닥위원장 시절 코넥스 시장을 개설하는 등 벤쳐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창구를 마련하기도 하는 등 거래소의 굵직굵직한 사업의 ‘해결사’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최 전 본부장은 “내부나 외부 출신 중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사장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지주사 전환과 시장 활성화 등 여러 거래소에 산적한 과제를 감안하면 내부 출신이 이사장에 올라갈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왼쪽), 강기원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사진=거래소

최 전 위원장과 입사 동기인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본부장과 강기원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도 이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최 전 위원장에 비해서는 무게가 다소 무게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김재준 본부장은 지난 5월 초 임기가 만료 됐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임기를 이어왔다. 김 본부장은 종합시황부, 시장감시부, 경영지원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는 장점이 있다. 또 거래소 내부에서 싫어하는 직원이 없을 정도로 소탈한 성품으로도 유명하다.

강기원 전 본부장은 전략기획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경력의 대부분을 기획분야에서 보낸 ‘기획통’이다. 현재는 코스닥기업 이엠텍의 경영전략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항상 감사하는 삶의 태도가 거래소 재직시절부터 모범이 됐다. 

이밖에 외부 출신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 등이 있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정은보 전 부위원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주요 금융권 공기업 수장 후보로 매번 거론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 부위원장은 정찬우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데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성(姓)까지 정씨로 같아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위원장은 정찬우 이사장처럼 증권 분야 경력이 미천한 것도 비슷하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친 경제 관료(행시 19회)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재직했다. 지난 대선에는 문재인캠프에서 활약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낙점된다면 ‘낙하산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청장은 현재 자본시장연구원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장 등을 지낸 역시 관료(행시 20회) 출신이다. 

이밖에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두고 부산 본점 명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거래소에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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