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기업은행이 국책은행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폐지를 결정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성과연봉제 폐지가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완전한 성과연봉제 철폐를 위해서 금융위원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노사 상호간의 자율 합의에 따라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성과연봉제의 완전한 백지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중구 소재 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국책은행 중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폐기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우선 직원들의 성과 평가를 진행하고 내년 급여부터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이사회 의결로 종전의 호봉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시선은 남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과 함께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두 은행은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에 관해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기업은행이 신호탄을 쏜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은 기업은행 다음으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금융공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폐지 안건을 논의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폐지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해 노사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출입은행처럼 날짜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부 방침이 폐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폐지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불명확한 수장의 거취와 금융위원회의 애매한 입장인 이유에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거취 문제가 최근 들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는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대표적 금융권 친박 인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비롯해 금융권 인사가 차츰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회장은 ‘노조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 이유로 노조로부터 고발을 당한 전례도 있어 쉽사리 이 사안을 건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공기업 등의 성과연봉제에 대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대답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장도 이유로 꼽힌다. 최 위원장이 SGI서울보증 사장 시절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했다가 노조의 반대로 부딪힌 적이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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