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랜드로버의 첫 중형 SUV인 레인지로버 벨라는 미래차를 떠오르게 하는 얼굴을 가졌다. 매끈한 라인에 독특한 모양의 그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뾰족한 뒤태까지. 적어도 5년쯤 앞선 디자인이다.

겉모습뿐 아니다. 직접 움직여보면 벨라는 미래차의 기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측면에 달린 문 손잡이는 문을 잠그거나 차를 8km/h 이상으로 달리면 차 안으로 쏙 들어간다. 시동을 걸면 변속기 조그 셔틀이 튀어나오고 디스플레이가 기울어진다. 마치 변신 로보트 같은 느낌이다.

오는 9월 공식 출시되는 벨라를 미리 타봤다.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강남에 이르는 구간이다. 아쉽게도 대부분 온로드였지만, 랜드로버가 만들었으니 오프로드 성능은 물론 갖췄을 것이다. 전지형 프로그레시브 컨트롤도 물론 쓸 수 있다.

레인지로버 벨라.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벨라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형 인터페이스다. 센터페시아에 위 아래로 달린 디스플레이는 각각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및 편의 시설 제어를 담당한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버튼을 달아 놓아서 운전 중에도 공조 장치를 안전하게 켜고 끌 수 있다. 열선 시트나 공조기 온도 등을 전담하는 조그 셔틀이 특히 편리하다. 동그란 버튼 가운데에는 온도나 송풍 강도 등 현재 작동 중인 기능에 대한 정보를 출력해서 상태를 확인하기도 쉽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4,803mm의 전장, 2톤에 가까운 몸무게가 무색하게 미끄러져나간다. 시승한 모델은 300마력을 내는 D300이다. 3리터짜리 인제니움 디젤 엔진에 트윈 터보차저가 달렸다. 최대토크는 71.4kgㆍm으로 폭발적이다. 가속력도 매우 우수하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속도계를 미끌어 올린다.

벨라는 직접 봐야 더 매력적인 얼굴이다.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연비는 엔진 특성상 좋을 수는 없지만 2,000rpm 전후의 회전수를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승차감도 좋고 소음도 크지 않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절한 시기에 잘 움직여줘서 패들시프트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

조향성에서는 이질감이 든다. 코너링시 차의 무게감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다이렉트 어댑티드 스티어링이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추정해본다. 완전 전자식 조향 방식으로 속도에 따라 힘의 정도를 조절해주는 기능도 있다. 실제로는 다른 조향 방식보다 안전하겠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색하다.

만약 조금 미끄러질 것 같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토크 벡터링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그립 현상이 일어나면 알아서 바퀴 힘을 조절해준다.

랜드로버가 늘 그렇듯 문제는 가격이다. 벨라는 최하위 트림이 9,850만원, 최고 1억2,620만원에 판매된다. 가히 동급에서 최고 수준으로 부를만 하다.

단 미래를 먼저 가본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가격이다. 벨라는 랜드로버 브랜드에서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모든 중형 SUV들이 참고할만한 차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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