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는 요즘, SNS에는 각종 휴가지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파란 바닷가와 하늘빛, 석양이 지는 해변,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 기술이 일취월장한 느낌이랄까, 하나같이 작품들이다. 여기에 호텔에서의 멋진 식사와 유럽행 비행기 티켓 사진은 덤이다. 호기심으로 바라 본 누군가의 일상에 부러움이 솟아나는 건 한순간, 이내 한숨이 샌다. ‘난 뭘 하며 사는 걸까?’ 라는 답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한숨 쉬는 자신을 다독여보기도 한다.

2016년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은 트렌드, 바로 ‘있어빌리티’다. 우리말 ‘있어’와 능력을 뜻하는 ‘ability’의 합성어 ‘있어빌리티’는 있어보이도록 연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SNS를 지배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면대면으로 직접 ‘있는 척’ 하던 것이 SNS로 공간을 옮기면서 사진을 통해 손쉽게 삭제되고 부풀려지고 다듬어지고 완성되어 최상의 시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자신의 만족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사실은 남들의 눈에 보여지는 내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몇 장의 사진만으로 ‘나 이런 사람이야’가 설명돼야 한다. 유난히 남의 눈 신경 쓰며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가 ‘있어빌리티’로 진화했다. 그리고 SNS는 일종의 방대한 ‘있어빌리티’ 전시장이 되었다.

SNS에 ‘있어빌리티’를 풍자한 모습. 사진=촘푸 바리톤 페이스북 제공

있어 보이는 연출 능력이라는 건 정확하게 말하면 있지 않은, 가혹한 현실을 지워내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빈약한 실제를 매만지는 연출의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는 그럴싸한 옷을 입고 살을 찌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도 되는 것처럼 연출된 실제에 댓글을 쓰고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해준다. 그리고는 한편으로 남의 SNS를 보며 인생 루저라도 되는 양 박탈감과 자괴감에 빠져든다. 이는 곧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합친 단어)으로 발전한다. SNS에서 남들보다 결코 비교우위에 설 수 없는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인 것만 같다.

과연 그럴까?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6명은 “사람들이 SNS에서는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남성 53.1%, 여성 69.3%가 이런 응답을 했는데 정작 SNS의 모습이 진짜일 거라는 답변은 6.4%에 그쳤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이따금씩 타인의 ‘있어빌리티’를 보며 한숨 쉬는 것은 사실 이미지에서 비롯된 착각이라는 거다. SNS에는 민낯, 망가짐, 다툼, 고민, 걱정, 가난, 실패란 없다. 사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어두운 장면일진데 말이다. 기쁘고 좋은 순간만을 담아낸 사진 한 장이 전부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시각화라는 건 때로 강한 믿음을 주는 마법을 부리기에 그것에 휘둘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행복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진작가 촘푸 바리톤이 자신의 SNS에 게재한 한 장의 사진이 현실과 연출 장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프레임 밖에는 보이고 싶지 않은 연출 제로의 현실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은 부인 할 수 없는 진실이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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