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박혁권이 영화 ‘장산범(17일 개봉)을 통해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매사에 철저하고 이성적인 남편이자 아빠 민호를 맡아 영화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동안 주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박혁권의 진지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박혁권은 ‘장산범’에 대해 “대한민국 엄마, 아빠가 봐야 할 영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유의 넉살과 재치가 돋보이는 박혁권이지만 연기에 임하는 태도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누구보다 진중하고 집요하게 캐릭터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민호 역할이 어느 지점에 중점을 맞춰야 하는지 허 정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들을 잃은 상황이지만 티를 많이 내면 안 되는 캐릭터였다. 그러면 또 염정아가 맡은 희연의 캐릭터가 흔들리니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감정의 수위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션이자 목표라고 생각했다.”

극중 민호는 아들을 잃고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는 아내 희연과 달리 흔들림이 전혀 없는 캐릭터다. 일촉즉발의 긴장 넘치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머니가 치매로 편찮으신데다 아내도 이미 아픈 사람 아닌가. 민호 입장에서는 안 흔들리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픈 아내에게 ‘너 왜 아팠어?’라고도 할 수 없지 않나(웃음). 나까지 흔들리면 가족이 힘들어지니까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박혁권은 이번 작품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염정아에 대해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워서 그런 걸까? 굉장히 따뜻했다. 배우 대 배우로서 연기하기 참 편했다. 왜, 연기할 때 꼭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배우와는 괜한 기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염정아는 전혀 그런 기질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은 시작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했으나 실제로는 미혼이다. 박혁권은 “촬영장에서 예쁜 아이를 보면 결혼하고 싶지 않냐”는 짓궂은 질문에 “아직 자신이 없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볼 때야 아이들이 굉장히 귀엽고 예쁘다. 동시에 오래 있으면 안 귀여울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웃음). 결혼을 한다면 아이는 꼭 낳고 싶다. 하지만 내가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그릇이 되는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박혁권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악역 길태미로 비주얼이나 연기적으로 파격적 변신을 보여줬다. ‘초인가족’에서는 지질한 샐러리맨으로 짠내 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사람처럼 하니까 많은 분들께서 써주시는 것 같다. 내가 워낙 강한 향신료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도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나. 물론 수원에서는 좀 알아주는 편이었지만(웃음). 평범한 외모가 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박혁권은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로 등극한 ‘택시운전사’에서 광주 지역의 신문기자로 출연해 짧은 분량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혁권은 ‘택시운전사’에 대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꼭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강조했다.

“흥행이 잘 돼서 너무 감사하다. 꼭 함께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가수에 비해 제약되는 게 좀 많지 않나. 한 이미지로 치우칠 수도 있으니까. (송)강호 선배도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시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또 하나의 약속’이나 ‘택시운전사’와 같은 작품에는 꼭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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