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계부채 뇌관으로 불리는 다중채무자가 39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해결책 찾기에 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금리는 핵심 문제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다중채무자의 상당수가 생활비 대출인 만큼 지역사회 복지 등으로 다중채무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다중채무자가 390만명에 육박하면서 가계부채 해결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정부의 법정최고금리 인하안이 오히려 다중채무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3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나이스(NICE)평가정보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390만명으로 전체 채무자(1,857만명)의 21.0%를 기록했다.

다중채무자는 2013년 말 338만 명에서 2014년 말 347만 명, 2015년 말 365만 명, 작년 말 383만 명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2013년 말과 올해 6월 사이에 52만명이 불어났다. 다중채무자의 채무 총액은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450조원에 이르고, 1인당 부채는 1억1,529만원으로 조사됐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연간소득은 3,748만원, 연평균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은 2,362만원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추정했다. 이들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전체 채무자의 평균인 35.7%보다 27.3%나 높게 나타났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다중채무자의 소득은 정체됐지만 원리금상환액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이들이 연체에 빠지지 않고 서서히 부채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다중채무의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해결 방안으로 내년 1월을 목표로 법정최고금리를 24%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법정최고금리를 20%까지 추가 인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가계대출 차주의 상당수가 생활비 대출자로, 한계차주이면서 다중채무자 비율도 높다.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의 57.6%가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율은 지난해 말 67.1%를 기록했다.

법정최고금리가 조정되면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신규 대출을 한층 더 까다롭게 내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법정최고금리가 임기내 목표인 20%까지 꺾일 경우 2금융권 저신용도 차주 300만명 이상이 이탈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충당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는 더욱 어렵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포럼 회장은 “금리 인하로 탈락한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중 절반만 불법 사금융에 유입되더라도 사회적 경제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며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암시장 대출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더라도 다중채무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최근 여신금리의 등락폭이 지나치다. 이자율조정위원회 등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에 조정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때”라고 역설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채무자, 특히 한계가구나 다중채무자는 ‘돈을 빌려주는가’ ‘빌려준다면 얼마까지 가능한가’를 따진다. 금리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신용등급이 높다면 은행권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가장 좋겠지만, 다중채무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위험 고객에게 저금리, 중금리 대출을 해줄 금융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다중채무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복지 확충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다중채무자 수치를 공개한 자료에서 “다중채무자 문제는 시장 전반의 체계적 위험이 될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무자의 자활 또는 재기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일본의 다이라 마사아키 자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일본 최고금리 규제 완화 동향’ 세미나에서 일본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역설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지난 2006년 가혹한 채권 추심이나 다중채무자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여론이 들끓자 최고금리 인하라는 잘못된 해결책을 내놓고 말았다”며 “불법 추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채무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심리상담이나 재무 상담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꼬집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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