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화두로 제시했다. 성장의 결과만을 나누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과정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자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골자이다. ‘고용을 품은 새로운 성장’으로 표현되는 포용적 성장은 고속성장 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부의 독점보다는 상생과 균형을 중시한다.

우리나라도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포용적 성장의 시대로 본격 진입하였다. 새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 육성 등이 포용적 성장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전체 기업수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종업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국내 현실에서, 대기업 중심의 기존 성장 전략은 고용 및 지속 발전 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될 수밖에 없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주도 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온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구조 재편의 모범적 모델로 평가받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은 전 세계 ‘히든챔피언 기업’ 중 절반에 이르는 1,300여개 강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실로 “강소기업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독일 경제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3∼4%대 견고한 성장으로 이끌었으며, 지난 10년간 1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도 새로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 이러한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국내 유일의 중소?벤처 전용시장인 코스닥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용 창출 측면에서 코스닥 상장법인은 약 26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2016년 기준). 특히, 상장 이후 임직원수 증가율 추이를 보면 상장 후 1년간 8.1%, 3년간 19.3%, 5년간 26.9%로 상장 경과년수와 비례하여 고용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소기업 등이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사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 전체의 고용증가율 수준인  연 3%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코스닥 상장법인은 지난해 기준 약 26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사진=청와대

기업 육성 측면에서도 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개설 이후 약 52조원의 성장 자금을 중소?벤처 기업에게 공급하였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IT(정보통신기술)·BT(생명공학기술)·CT(문화산업기술)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코스닥 상장법인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6.8% → 2005년 7.5% → 2016년 8.5%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실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코스닥시장은 대한민국의 산업 선진화를 선도해 왔다. 2000년대 IT붐, ’10년대 엔터붐 등과 같이 시기별로 있었던 ‘신산업 붐‘도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 내 주력 업종이 종전의 제조업 일변도에서 바이오?콘텐츠 등 신산업 중심으로 다변화되면서 신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답을 코스닥시장에서 찾아야하는 현실적 이유이다.

포용적 성장의 시대, 변화는 곧 기회이다. 독일 경제의 핵심 동력이 ‘히든챔피언 기업’에서 나오 듯, 좋은 일자리 창출과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도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강소기업의 육성에서 실현되리라 확신한다. 글/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정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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