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한국거래소에도 다시 낙하산 인사가 이사장으로 들어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거래소의 침체된 상황과 여러 가지 산적한 과제,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내부 출신 이사장이 나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56년 출범 이후 61년 동안 거래소가 배출한 이사장만 27명. 이 가운데 내부 공채출신 이사장은 박창배 전 이사장(1999년~2002년) 한 명 뿐이다. 

한국거래소 전경/사진=거래소

특히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이사장은 5명 중 4명이 관료 출신일 정도다. 증권가에서 대표적 낙하산 인사하면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거래소 이사장이다.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김봉수 전 이사장 역시 윤진식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의 고등학교와 대학 후배로 역시 위에서 낙점한 인사였다.

설령 낙하산 인사라 하더라도 거래소를 잘 이끌어났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들 낙하산 이사장은 정권 입맛에 따라 거래소 운영정책을 돌연 변경하는 사례가 잦아 직원들과 업계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렇다고 정권과 연줄이 있어 업무 추진력이 강한 것도 전혀 아니었다.

거래소의 상장은 통합 1대 이영탁 이사장 시절부터 나왔던 얘기였다. 자본시장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후 4명의 이사장이 더 나왔지만 아직도 거래소 상장은 오리무중이다. 

통합 2대 이정환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압력에 중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정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거래소 접대비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하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후폭풍’이 뒤따랐다. 

이 전 이사장의 표현대로 이는 ‘거래소의 경쟁력을 20년 이상 후퇴시키는 반시장주의적 조치’였다. 모두 이사장 자리를 두고 정권 간 자리싸움이 ‘민간기업’인 거래소에서 일어난 결과다.

통합 3대 김봉수 이사장 역시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4대 최경수 이사장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 유치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애썼지만 역시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하고 정권이 연임을 불허하자 쫓겨나듯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들어선 현 정찬우 이사장은 최 전 이사장과는 반대로 조직축소 등을 통한 내실을 기하려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이름뿐인 신세로 전락했다. 또 최 전 이사장과 정책 방향이 정반대여서 거래소 직원들은 큰 혼선을 겪어야 했다. 모두가 거래소에 낙하산 인사가 이사장으로 내려온 결과다.

거래소는 오늘(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다시 이사장 후보 접수를 받는다. 이번에도 전임 이사장과 같은 외부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정고시 28회),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 김성진 전 조달청장(행시 19회) 등 관료 출신들이다.

또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들 외부인사가 다시 거래소 이사장으로 올라서면 결과는 위의 사례를 보듯 뻔하다. 때문에 글로벌 감각을 갖춘 내부 출신 인사가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한 거래소 간부는 내부 출신 거래소 후보로 거론되는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 최홍식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강기원 전 거래소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 등을 두고 “설마 내부에서 이사장이 되겠어”라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말했다. 거래소 직원부터 내부출신이 이사장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인사가 이번에는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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