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림픽 종목 채택 논란’ e스포츠 현장은 지금…
KeG 아마추어 경기도 대표팀이 연습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상엽 기자

 

[경기취재본부 이상엽] “e스포츠가 2024년 올림픽에 채택될 수 있는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논의해 보겠다” 토니 에스탕케(Tony Estanguet) 2024년 파리올림픽 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한 해외언론과 인터뷰 발언이다. 그는 올림픽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줄어든 현 시점에서 e스포츠가 올림픽 흥행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e스포츠가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IOC에서 논의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e스포츠 강국이다. 그러나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게임을 마약으로 치부하거나 게임사용 시간을 제한(셧다운제)하는 정책으로 게임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게임산업과 e스포츠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해당업계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e스포츠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 e스포츠·게임산업 발전 위해 뛰는 프로게임구단

 여름의 잔열이 남아있던 8월 중순, 서울의 한 PC방에서는 LoL(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락스 타이거즈 코칭스태프와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이하 KeG)’에 출사표를 던진 경기도대표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이뤄진 KeG 경기대표 선수단은 전국대회에 대비해 락스 타이거즈 소속 선수들과 온라인 상에서 만나 연습경기를 펼치며 마지막 컨디션 조율에 나선 것이다. 이날 경기도대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던 신균 락스 타이거즈 코치는 포지션 별 역할과 경기 운영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조언에 여념이 없었다.

신 코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기 때문에 프로선수들과 달리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락스 타이거즈 선수들과) 연습게임은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잘했다. 연습게임을 시작할 때 패기를 가지고 임할 것을 주문했는데 잘 받아들이고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프로구단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락스 타이거즈의 ‘지향점’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락스 타이거즈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진로체험의 장을 열어주는 한편, 게임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의기투합한 결과다.

락스 타이거즈는 특정기업이 직접 팀을 꾸리는 게임단과 달리 스폰서를 받아 운영되는 클랜(clan,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형 구단이다. 창단과 운영 과정 중 선수들의 이적, 타이틀 스폰서의 파산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e스포츠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구단이기에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락스 타이거즈는 이번 KeG 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구단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열린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인 ‘플레이엑스포(PlayX4)’에서도 박람회 홍보,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여타 구단도 마찬가지겠지만, 락스 타이거즈는 e스포츠 분야에서 모범적인 구단”이라며 “익히 알려진 LoL(League of Legends) 팀, 이번에 창설되는 락스 오버워치 팀 등 프로게임단을 만들어 e스포츠 저변 확대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칭찬했다.

KeG 제9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롤 부문에 참가한 경기도 대표팀이 결선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민석(15), 김현준(17), 정성욱(19), 권순호(19), 이장훈(18) 선수. 사진=경기콘텐츠진흥원

 

◇ e스포츠 저해요소는 ‘프로게이머에 대한 편견’

경기도 대표로 훈련에 임했던 류민석(15)군은 “락스 타이거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설레었다”며 “락스 선수들처럼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락스 선수들 중 원거리딜러 ‘상윤’ 선수를 좋아한다. 팀 내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면서 시즌 중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서 “KT 롤스터의 ‘마타’ 선수의 스마트한 플레이를 보면서도 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팀 내 서포터를 맡고 있는 류 군은 ‘진짜 프로게이머’를 위해 게임에 전력을 쏟고 있다. 물론, 프로선수 데뷔가 쉽지만은 않지만, KeG 출신이 프로무대를 누비고 있는 시점에서 결코 헛된 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신 코치는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녹록지가 않다.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진부한 말일수도 있는데,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진지하게 열중하면 프로선수가 충분히 될 수 있고, 프로선수 중에서도 더 높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어린 친구들 중에 진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마음을 독하게 가지고 게임을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말 직업으로 프로게이머를 선택하겠다고 다짐을 했다면,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류 군처럼 프로선수를 목표로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계나 학업을 제쳐두면서도 어떠한 목적 없이 게임만 종일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누리는 프로게이머 특성상 10대 학생들의 ‘일탈’에 대한 세간의 노파심도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마저 소위 ‘게임중독자’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게임시간이 과다해 이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게이머와 이를 지망하는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보호정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일반인들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김성헌 매니저는 “좁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대기업은 10여 년 전부터 프로게임단을 창단해 운영할 정도로 그 가능성을 보고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게임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인식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매니저는 특히 “현재 아시안게임도 e스포츠의 정식종목 채택을 앞두고 있는 등 스포츠 대회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했을 것”이라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독단적으로 특정업체와 손을 잡고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면서 반론이 일고 있는 만큼, 올림픽 채택 여부도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e스포츠, 올림픽 종목 채택’…찬반 여전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e스포츠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되더라도 예산 문제나 관심도 등에서 기존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병헌(현 청와대 정무수석) 국제 e스포츠연맹(IeSF) 회장은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전 회장은 “e스포츠가 올림픽에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IeSF는 올림픽 논의를 위해 오는 11월 정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존 (오프라인)스포츠 종목과는 분명 다른 점이 많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특정 게임사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문제를 포함해 최근 완화된 부분은 있으나 아마추어가 참여하는 올림픽에서 프로선수들이 활약하는 e스포츠 상황 특성 등 올림픽 종목 채택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파리올림픽 e스포츠 종목 채택 여부는 2019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고 한다. e스포츠의 일반 스포츠 범위 포함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대두됐던 수 년 전과 비교해 현재는 시대적 흐름과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수원=이상엽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