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2017년 대한민국 산업은 오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공업 불황,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그렇다할 탈출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내 철강 3사는 올해 높은 실적이 예정된 상태다. 이미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발표하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주력 상품의 경쟁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철강특집을 마련해 철강 3사의 3색 전략을 살펴보고, 국내 산업계가 본받아 위기 탈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고급으로 승부한다” 포스코, 월드 프리미어

포스코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철강사다. 1965년 창업해 한강의 기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최근 한 글로벌 기관 조사에서 8년 연속으로 철강업계 경쟁력 1위에 뽑혔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회사다.

포스코는 2016년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세계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TWIP강을 포함한 초고강도·경량화 제품 30여종을 선보였다. 포스코 제공

그런 포스코도 불과 얼마전까지 여느 국내 산업과 다르지 않은 극심한 위기에 빠져있었다. 영업이익률이 5% 미만으로 급락한 반면 부채는 40조원대로 급등하는 등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포스코의 구원투수로 나선 권오준 회장이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선택한 탈출 비책은 바로 포스코가 자랑하는 고부가가치강인 월드프리미어(WP)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적게 파는 대신 많은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WP 비중은 지난 2분기 절반을 훌쩍 넘는 56%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WP에서나오는 영업이익만 전체의 18% 수준. WP가 포스코의 성장세를 주도하는 셈이다.

월드프리미어 중에서도 기가스틸이 포스코의 미래를 견인한다는 평가다.

기가스틸은 포스코가 만드는 특수강을 뜻한다. 1㎣ 면적으로 무려 100kg 이상을 견딜 수 있다. 10원짜리만한 크기의 강판으로 10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셈이다.

또 기가스틸은 기존 강종에 비해 성형성이 2배에서 9배가 높다. 덕분에 알루미늄 이상의 활용성에 가격은 훨씬 저렴해서 꿈의 소재, 꿈의 스틸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기가스틸은 자동차 업계에 잇딴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나날이 강화하는 배출가스 규제와 소비자들의 고연비 선호 성향, 그러면서도 높은 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가스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자동차에 기가스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하는 추세다. 쌍용차 티볼리와 G4렉스턴, 르노삼성 SM6,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가 기가스틸을 썼다.

이어서 포스코는 차세대 기가스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강판 사업을 주도한다는 포부도 나타냈다. 바로 ‘포스엠’이다. 포스엠이란 포스코 망간의 약자로 기가스틸보다 인장강도와 가공성이 좋은 제품을 뜻한다.

포스코가 2010년 세계 최초로 개발 트윕강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 트윕강은 기가스틸급 강도에 성형성이 3배나 높다 충격흡수력도 높다. 이탈리아 피아트사에 범퍼용으로 납품된다.

역시 작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포스엠-XF강도 있다. XF강은 고강도와 고가공성 모두를 충족하는 제품이다.

그 밖에도 포스코는 다양한 대체 소재를 내놓고 알루미늄 등 신 소재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독일 포르쉐가 911 GT3 RS 지붕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대신 사용한 마그네슘 판재도 포스코가 자랑하는 WP다.

 

■ "자동차를 넘어 안전한 건물로" 현대제철, 지진도 견디는 H형강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라면 현대제철도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기가스틸 못지 않은 성능의 제품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자동차 회사 납품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강판에만 미래를 맡긴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건설 분야로 눈을 돌리고 여기에서 쓰이는 다양한 고부가가치강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대제철의 내진용 H형강. 현대제철 제공

 

지난 상반기 현대제철이 매출액을 전년 대비 16.3%나 늘어난 9조2,666억원을 올린 데에도 이런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철강 수요를 크게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강 판매량을 426만톤으로 늘리며 손실분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제철 고부가가치강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내진용 H형강(SHN재)이다.

SHN재란 건물을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만든 철근 제품이다. 최근 한반도에 지진 빈도가 늘면서 소비자가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나서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1년 판매량이 8만톤에 불과했던 SHN재는 작년 59만톤이나 팔려나가며 5년간 8배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판매 목표는 60만톤 이상. 이미 지난 2월 시흥배곧 LH 공동주택 초도납품이 끝났다. 그 밖에 다수의 건설현장에서도 SHN재를 적용하고 있거나, 적용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건설업계에서 SHN재 사용률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가 SHN재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모든 신축주택에 대해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이 아니더라도 2층, 연면적 200㎡ 이상의 건출물도 꼭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또 다음 달부터는 공인중개사가 건물을 매매하거나 임차계약을 할 때 내진 설계 여부와 내진 능력을 필수적으로 고지하도록 시행 규칙을 개정한다.

SHN재 비중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노력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우선 고객사와 건축 설계사, 학회 등 업계 관계자를 찾아 SHN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우선 올 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대제철의 내진 철강재 브랜드 공모전을 실시했다. 안전한 건축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내진 철강재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선정된 이름을 이용해 현대제철의 내진용 H형강을 브랜드로 론칭할 계획도 있다.

현대제철은 내진용 철근 성능을 공인받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9월 철근 KS개정안에 내진용 철근 표준안이 신설됨에 따라 발 빠르게 KS인증을 취득했다.

또 지난 6월에는 한국강주조학회 학술대회를 열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SHN재의 우수성을 확인시켜줬다. 현대제철은 이 행사에서 ‘내진설계, 새로운 트렌드 및 적용’ 이라는 주제로 특별세션을 열어 내진설계 현황과 전망, 설계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 "단단하고 예쁜 얼굴" 동국제강, 컬러강판 럭스틸

동국제강은 대형 철강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탄탄한 내실로 위기를 극복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428억원. 무려 9분기 동안 연속으로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이 철강업계, 산업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무기는 단연 업계 최초로 개발한 컬러강판인 ‘럭스틸’ 덕분이다.

동국제강 럭스틸. 동국제강 제공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2011년 10월 론칭한 고급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이다. 동국제강이 보수적 영업방식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환하면서 만들어낸 ‘초격차’ 작품이다.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KOTRA 선정 세계일류상품에도 선정됐다.

럭스틸이라는 이름은 럭셔리와 스틸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무려 30여종의 프리미엄 디자인 패턴을 선택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 날씨와 습도 맞춤 품질을 제공한다. 가공성도 높아서 건설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건설 자재로 떠올랐다.

동국제강에서 럭스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15.8%에서 2016년 16.3%, 2017년 상반기에는 17.4%까지 커졌다.

럭스틸은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는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폴란드, 브라질 등 신시장까지 럭스틸의 개척지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도 미국 통상 이슈 등 예상하기 어려운 악재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지역전문가를 통해 미개척 해외시장에 대한 럭스틸 보급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별 문화와 특징, 제품 시장조사 등 적극적인 현지 활동으로 신규 판로를 물색하는 것이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럭스틸을 알리는 활동에도 소홀히하지 않는다. 지난 7월 28일 동국제강 본사에서 개최한 ‘제 1회 대학생 럭스틸(LUXTEEL) 건축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전국 8개 대학 22명의 건축학과 대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럭스틸로 실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체험형 행사였다.

이날 동국제강은 참가 대학생 22명에 ‘럭스틸리에(Luxteelier)’ 임명장을 수여했다. 럭스틸리에란 럭스틸에 소믈리에를 결합한 단어로 럭스틸 전문가를 뜻한다. 동국제강에서 럭스틸 전문가 육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