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NH투자증권이 최근 거센 수수료 인하 바람을 일으키면서 다른 증권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원규 사장이 리테일 강화를 통한 연임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연 5.9%에서 업계 최저인 연 4.5%(7일 이내 기준)로 인하한다고 전일 밝혔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할 때 종목별 증거금 비율에 따라 증거금을 납입하고 결제일에 부족한 결제자금을 증권사가 빌려주는 신용서비스다. 

통상 대여일이 길어질수록 금리도 함께 높아지지만 키움증권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1~15일 사이의 금리를 11.8%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받아 폭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키움증권의 절반도 안 되는 금리를 내세우면서 투자자 마음 잡기에 나선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8일에도 오는 10월 31일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증권 서비스 ‘나무’ 계좌를 처음 개설하는 신규 고객에게 국내 주식 거래 시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기로 해 금융투자업계에 충격을 줬다. 그간 증권사의 무료 수수료 이벤트는 장기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NH투자증권은 아예 평생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파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넷마블게임즈의 대표주관사를 맡으면서 기관투자자에 1% 청약수수료를 도입, 배짱을 튀긴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리테일(소매영업)과 자산관리(WM) 분야를 강화하려는 포석은 알겠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이에 김원규 사장이 그간 투자은행(IB)쪽으로 기울던 중심축을 리테일 쪽으로 돌려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NH투자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IB부분의 영업이익은 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824억원)에 비해 42% 늘어났다. 이에 비해 리테일과 WM이 포함된 세일즈부문은 같은 기간 53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696억원) 대비 23% 감소했다. 

이는 김 사장이 올해 경영목표로 정한 ‘안정적인 WM 수익에 기반한 투자은행 모델 강화’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물론, 김 사장이 총괄을 하고 있지만 IB쪽 수익이 늘수록 NH투자증권에서 입지가 강화되는 쪽은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부사장)다. 평소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당시 우리투자증권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실적에서 IB부문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자 올 초에는 김 사장의 연임보다는 정영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1일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지만 갈수록 커지는 IB부문 실적에 사내 정 부사장의 영향력도 함께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테일 쪽을 강화하는 수가 잇따라 나오자 내년 연임 여부가 불투명했던 김원규 사장이 승부수를 던진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동반 침몰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생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4월 치러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건재함을 과시한 것도 김 사장에 유리한 점이다. 김 의원은 ‘친박 중의 친박’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 친박인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연임을 원하겠지만 수수료를 줄이면 회사의 수익이 줄어들어 오히려 김 사장 연임에 불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반기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급작스럽게 NH투자증권이 리테일과 WM부문 강화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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