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낙하산 맞다, 낙하산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보여주겠다"

금융권의 낙하산 부대를 거론할 때마다 회자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를 불리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얘기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거래기업의 부실관리와 부실 금융지원으로 해당 업종이 구조조정 위기에 맞닥드렸다. 위태로운 생존 절벽에 서 있는 지경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공기관부터 민간 금융지주 및 은행권까지 코드인사 하마평이 나오면서 금융권에 관치금융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가 금융공공기관의 수장에 앉았을 때 금융권에서는 교수출신의 수장을 향한 걱정이 앞섰다.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 산업과 업종 등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중차대한 정책금융을 결정하는 비전문가라는 우려에서다. 홍 전 회장은 박근혜의 서금회 출신이다. 그는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홍 전 회장은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통해 모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에 대한민국이 한때 들썩였다.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발언에 산은 내부도 뒤숭숭했다. 산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국제기구까지 연이어 낙하산으로 내려간 후 도피생활을 전전하면서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

한 때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주름잡던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어윤대(KB금융 전 회장), 이팔성(우리금융 전 회장), 김승유(하나금융 전 회장), 강만수(산업은행 전 회장)은 금융산업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으며 퇴진했다. 특히 강 전 회장은 재임 당시 전방위적 비리 의혹은 법정 신세를 지고 있다. 모두 고려대 모두 선후배 관계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했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던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KB사태와 재직 시절 변호사 채용 비리와 임직원의 주식투자, 음주운전 등 불법·부당 행위가 불거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 전 원장으로 인해 불합리한 인사는 물론 조직을 망가뜨렸다는 자조섞인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낙하산은 없다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주인 없는 소유구조와 공적자금 지원 등으로 한국 금융산업은 정부의 영향력의 휘둘리고 말았다.  

최근들어 금융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기업에서 낙하산 하마평이 떠들썩하다. 금융권에서 비금융관료 출신인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 후보자를 향한 자조섞인 반응이다. 김 전 총장은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관료 재직 기간 내내 감사원에서 보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인 금융지주나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BNK금융그룹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새 정부의 코드 인사, 보인인사라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하마평에 거론되는 김지완 BNK금융 회장 후보(전 하나금융 부회장)와 김 전 사무총장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금융산업은 새로운 물결인 4차산업 혁명을 받아드리면서 혁신을 외치고 있다. 불합리한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금융권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코드 인사로 앉을 경우 관치금융을 뿌리뽑을 수 없다. 낙하산 인사로는 금융의 미래가 밝지 않다.

MB정권이나 GH정권에서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가 심각했던 만큼 구태를 던져버리는 측면에서 금융기관과 금감원 수장 인사는 정부의 부당한 개입과 외압없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해야 한다.

정부가 신경써야 할 것은 코드에 맞는 보은을 위한 낙하산 인사로 누구를 내려 보낼 지가 아니다. 이해당사자 참여구조를 더욱 확장하고 보장해 자율적이고 특색을 살린 전문적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민간 금융회사들 역시 나름대로 정한 정관에 따라 회장추천위원회 등의 투명한 기루를 통해 스스로 수장을 선임할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단 1%의 지분도 없는 정부에게 입맛대로 회장이나 행장을 정할 권한은 없다. 정권 교체 때마다 국가경제의 혈맥인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욕심이 한국 금융산업을 후퇴하게 만든다.

보은주의, 온정주의는 대가가 따른다. 전문성의 부족은 임기 내내 뒤 따르고 권력에 고개를 숙인다. 혁신은 뒷전이며 금융권의 생존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관치와 낙하산은 오히려 금융권의 등에 칼을 꽂는 결과를 낳는다.

한마디로 좋은 낙하산은 없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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