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최근 계란·생리대·요가 매트에 친환경, 유기농 마크가 새겨진 프리미엄급 제품들에서 잇단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먹거리,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일파만파 커졌다. 

가격이 비싸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일반제품을 구매한 이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30일 기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불신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그간 건강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했던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프리미엄, 친환경 상품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친환경 매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30일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친환경 코너 모습. /신진주 기자

이날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무항생제, 유기농 등을 유명세를 내걸고 일반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내 유통 ·식품 시장에 ‘에그포비아’를 확산시켰던 살충제 계란 역시 전수조사 결과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더 높은 비율로 발견됐다. 심사 없이 인증서를 남발하는 민간 인증기관, 허위 친환경 인증을 부추기는 농자재 업체 및 브로커, 민간 인증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농업분야 퇴직공무원 등이 저품질 농수축산물을 친환경으로 둔갑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수면위로 드러났고 ‘친환경’ 불신에 불을 집혔다.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깨끗한 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은 지난 2013년 미국 유기농교역협회(OE)의 친환경 인증(오가닉공장인증, OE100)을 받은 제품으로 확인됐다. 특히 100% 순면 커버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 해 여성들 사이에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요가 매트도 마찬가지다. 임산부, 여성들 사이에서 요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요가 용품을 집에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요가 매트에서 기준치를 최대 240여 배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특히 유해물질이 과다 검출된 제품 가운데 2개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고 광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날 오전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자연주의 친환경 코너는 텅 비어 있었다. 

마트에서 만난 이 모씨(60)는 “요새 가짜 친환경 제품이 판치고 있고 먹거리나 생활용품 등의 안전기준이 없지 않냐. 그냥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두부 제품을 꼼꼼히 살피던 한 소비자는 “예전엔 유기농,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제품에 붙어 있는지 확인했는데, 친환경을 내건 값비싼 제품들을 믿을 수 가 없다”며 “똑같이 국산콩이라고 적혀 있기에 더 저렴한 제품을 골랐다”고 전했다. 

평소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친환경 제품’ 등을 강조하며 판촉 행사를 진행했던 한 판매원은 “요샌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예민해서 그런지 그런 말은 자제하고, 용량 대비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오히려 더 비싼 유기농 제품에 손길이 간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믿을 것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비싼게 제품 질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매장 관계자는 “계란, 야채 등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제품까지 친환경 상품 매출이 평상시보다 적게 나왔다”며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불신이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2주간 이마트 친환경 관련 상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직전 2주 대비 7~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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