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한국투자공사(KIC)는 이미 주주권리행사 절차 등 관련한 규정을 이미 갖고 있으나 주주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글로벌 트렌트에 맞게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겠습니다.”

차기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사진=한국투자공사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내년 1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기업이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얼마나 기여하고 지배구조(Governance)가 투명한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ESG 투자’를 시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규범을 의미한다. 최근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가입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투자공사의 주식투자시 ESG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안을 이미 지난해 말 발의했다. 

이와 관련 은 사장은 “3억 달러(약 3,300억원) 안팎의 ESG펀드를 조성하고 빠르면 내년 초까지 이를 운용할 전문 운용사를 선정한 뒤 투자를 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책임투자 확산 추이와 시장환경 및 운용성과 등을 감안해 ESG 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올 6월 말 기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총 975억 달러를 위탁 받아 현재 1,223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08억 달러였던 것이 글로벌 증시의 호조세로 6개월 만에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 달러가 올해 들어 약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달러가 강세여서 수익률을 높였던 것과 상쇄돼 수익률에 큰 지장은 없다는 게 은 사장의 설명이다.

또 은 사장은 국내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위탁규모를 확대, 자산운용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3개 운용사에 총 7억8,000만 달러를 위탁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신규로 운용사를 추가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투자공사는 다음 달 싱가포르지사를 다음 달 개소한다. 동남아시아, 인도, 오세아니아 지역 투자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공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은 사장은 또 “올해 말 한국투자공사의 총자산규모가 1,300억 달러, 2020년에는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대체투자 비중을 현 15% 수준에서 2020년 2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은 사장은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언론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은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2019년 1월로 아직 1년 이상 남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으로 이동이 유력해 보인다.

은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공직 생활 대부분의 경력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정책 분야에서 쌓았다.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지내고 지난해 초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옮겼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은 사장은 인사말을 마친 뒤 “다른 일정이 있다”며 홀연히 사라져 의구심을 남겼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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