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한국 코미디 영화가 귀한 시대, ‘로마의 휴일’(30일 개봉)이 틈새시장을 노렸다.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으려는 이덕희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코믹도, 신파도 아닌 미지근한 설정이 오히려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놓치는 꼴이 됐다.

‘로마의 휴일’은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세 남자가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털고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다.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등 코믹 연기에 능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코믹 연기의 ‘달인’들이 모였음에도 도통 웃음이 나지 않는다. 대표적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임창정은 과묵한 성격에 ‘츤데레’인 강인한 역을 맡아 팀을 이끈다. 캐릭터 설정답게 도통 웃는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진지하다. 정두만 역을 맡은 정상훈 역시 진지하며 평면적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진기주 역을 맡은 공형진이다. 하지만 ‘눈치 없는’ 전형적인 코믹 캐릭터 진기주가 웃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혼자 통통 튀는 일탈행동으로 오히려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당위성도 부족하다. 왜 범죄에 발을 들였으며, 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영화의 스토리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대 코미디 감성이 그대로 담겼다. 조직폭력배, 웨이터 등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극을 이끄는 전개 역시 진부할 뿐이다. 극 초반 웃음을 주는 상황들을 집어넣고 후반부부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코드를 배치했는데 클리셰의 연속이다. 전체적인 흐름도 뚝뚝 끊기며 한 치 앞이 훤히 보이는 캐릭터의 서사 역시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알고 보면 ‘착한’ 강인한과 인간미 넘치는 강력계 형사 안반장(강신일)의 교감과 브로맨스 역시 감동보다 지루함이 더 크다. 강인한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연민을 느끼는 안반장과 인간적인 강 반장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강인한의 모습은 휴머니즘을 넘어 작위적이다. 게다가 부패한 권력층을 향한 풍자와 비판 역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카타르시스를 자아내지 못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웃음과 감동, 인간애를 담으려 한 듯하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코미디도, 휴먼극도 아닌 영화가 돼버렸다. 세 남자의 인질극에 초점을 맞추거나 초반부터 끝까지 코미디로 무장했으면 영화적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월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