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영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기업 부실 종합 선물세트’였다. 100조에 달하는 금융부채와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사업자 선정 비리와 성추행 문제까지 LH는 국정감사에 참여한 의원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이러한 지적을 듣고 있는 이재영 사장의 모습은 이미 국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작년 국감에서도 LH가 비슷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시공사 재직 시절의 이재영 사장도 비슷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재영 사장 체제의 경기도시공사와 LH를 비교해보면 흡사한 부분이 많다. 이재영 사장은 2011년 7월부터 2년여간 경기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다가 3년 임기를 마치지 않은 채 2013년 6월 LH 사장으로 취임했다.

 

▲ 이재영 사장의 경기도시공사 사장 재직 시절    사진제공=연합뉴스

■ 공공사업 축소

경기도시공사는 2013년 5월 중장기 사업보고를 통해 소규모 사업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공기업으로써의 책임을 뒷전으로 미루고 2017년까지 공공사업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영 사장은 이를 발표한 직후 LH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LH는 공공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채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임대주택 계획도 같이 축소하는 등 꼼수를 부려왔다.

이번 국감에서 LH의 영구임대주택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국의 영구임대주택 대기 기간이 평균 21개월이나 된 것이다. 제주, 인천 등 일부 지역은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5년에 가까운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LH는 34만여 가구의 부지를 수용 절차와 개발 승인을 끝낸 후에도 방치하고 있었다. 이 중 22만가구분의 부지는 3년 이상 버려져 있었으며 10년 이상 된 미착공 물량도 2,932호나 됐다.

LH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사실상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만5,449세대 분의 토지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LH는 공공성을 이용해 민간기업의 수용 단계를 대행한 셈이 된다.

게다가 이러한 장기 미착공 부지는 혈세 낭비의 주범이다. LH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착공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LH는 부지를 수용할 때 국민주택기금의 대출로 비용을 충당하고 개발을 통한 수익금으로 메운다. 때문에 착공이 늦어질 수록 불필요한 이자를 지출해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낭비한 금액이 3년 이상 미착공 부지를 기준으로 1조1,848억원이었다.

 

▲ 이재영 사장이 2014년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불필요한 지출은 여전

이번 국감에 따르면 LH는 2011년 이후 설계변경으로 9,001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같은 기간 총 사업비 규모 21조2,530억 중 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설계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는 사업 계획 단계를 소홀히 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낭비 현상이다. 특히 강남보금자리 조성사업은 최초 233억원에 계약했으나 설계변경으로 279억원의 예산이 추가돼 공사를 한 번 더 할 수 있는 비용을 날렸다.

임대주택을 빈 채로 방치해 발생한 관리비, 임대료 등도 연간 211억원에 달했다. LH가 직접운영하는 임대주택의 공가일수는 평균 96일이었다. 주택관리공단의 공가일수 33일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것이다. 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전체로 계산하면 LH는 총 7,395세대를 그냥 방치하고 있는 셈이 된다.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할당된 사업비 8,800억원도 의미가 없게 됐다.

 

▲ 이재영 사장은 지난 6월 30일 LH의 전주 신사옥 이전 기념식에서 LH의 새로운 비전 '비상2030'을 선포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 안중에도 없는 입주민 안전

광교 새도시의 난개발은 경기도시공사 CEO 재직 당시 이재영 사장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광교는 기본 계획이 계속 변경됐다. 이에 광교는 학교과밀화와 환경 파괴, 기반시설 미비로 인한 난개발이 됐다. 광교 주민들의 모임인 광교신도시총연합회는 LH로 자리를 옮기는 이재영 사장을 ‘무소신, 무능력, 진정성 결여’라고 묘사하며 정부에 이재영 사장의 LH 내정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재영 사장이 옮겨온 LH도 부실 공사 논란에 휘말렸다. LH가 공급한 아파트의 하자가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6만9,266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자 건수는 2012년에 9,837건이었지만 이재영 사장이 취임한 2013년부터 1만2,225건, 2014년에는 1만5,950건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벌써 약 5,000건의 하자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LH인상’의 존재는 부실 공사가 LH의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을 정도다. 'LH인상’은 부채 해소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직접 실행한 직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LH는 이를 통해 6조6,519억원의 부채를 절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상 사례를 확인해보면 입주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이 많다. 방화문을 줄이고 제연설비나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하지 않는 것 등이다.

LH는 이러한 원가 절감 조치에 대해 설계 변경을 통해 주민의 안전도 신경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LH인상’의 수상 사례는 LH가 서민 주거 안정과 입주자들의 안전보다 비용 축소, 이익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 LH의 노조원들이 2013년 6월 10일 이재영 사장 취임식에서 이재영 사장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 이제는 청렴도도 바닥

이재영 사장이 재임하던 경기도시공사는 2012년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재영 사장이 강력하게 윤리경영을 실천하고자 했던 덕분이다. 당시 경기도시공사는 부패 방지를 위한 부조리신고센터, 해피콜조사, 부패영향평가제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LH에서 이재영 사장의 임직원 관리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LH는 지난 3년 간 성추행 3건, 성희롱 3건으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 성범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 중에서도 1급 고위 간부의 성범죄와 징계 수위는 LH의 도덕 수준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성추행 간부는 지난 해 4월부터 파견직 여직원을 지속적으로 추행하다가 피해자에 고소를 당했다. 해당 간부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등 혐의를 인정했지만 LH는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심지어는 직원들이 가해자를 위한 모금까지 벌였다.

동탄2신도시의 백화점 부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특혜 파문이 일었다. LH는 사업자 심사 전 날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갑자기 심사위원 구성 방식을 바꾸었다. 결국 4,144억원을 제시한 현대백화점이 아닌 3,557억원을 제시한 롯데쇼핑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추후 LH가 롯데의 감점요인을 묵인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사위원이었던 LH의 한 부장이 현대보다 롯데에 28점이나 더 많은 점수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현대와 롯데의 총점 차이는 불과 2.4점이었다.

 

■ 이재영 사장의 첫 '3년차' 도전

이재영 사장은 ‘3년차’사장이다. 경기도지공사 임기를 2년밖에 마치지 않은 이재영 사장은 LH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이재영 사장의 임기는 1년여 남았다. 그는 LH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기업의 유능한 경영자로 우뚝 설 것인가, 아니면 맡는 공기업마다 똑같은 문제를 겪게 하는 ‘공기업 바이러스’가 될 것인가? 이재영 사장의 LH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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