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금융권 후속 인사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두고 떠들썩한 가운데, 수협은행 등 수장이 여전히 공석인 기관도 속출하고 있다. 인선절차를 시작한 곳도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가 8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회장 선출절차를 개시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국민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해온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계 안팎에서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사무총장이 금융분야에서는 전혀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공직생활을 그만둔지 10년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는 김 전 사무총장이 금융감독 개혁에 식견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금감원장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논평을 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김 전 사무총장이 최종적으로 금감원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금융 비전문가로는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수장이 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경우 금감원장을 시작으로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현됐던 ‘낙하산 인사’가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다음 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꼽히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뒤를 이어 누가 자리에 앉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이사장의 후임 인사를 시작으로 ‘금융권 친박 물갈이’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정 이사장 후임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이사장과 함께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는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대표적 금융권 친박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취임해 3년의 임기 중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대표 국책은행 회장으로서 앞장서 국정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해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후임으로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장이 6개월 가까이 비어있는 곳도 있다. 서울보증은 지난 3월 6일 이후 사장직이 공석이다. 수협은행 역시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수협은행 주식 100%를 소유한 수협중앙회가 인선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6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도 공석 2개월째를 맞았다.

금융권 후속 인사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가운데, 후속인사를 시작한 곳도 있다.

KB금융은 지난 1일 오는 1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를 열었다. 윤 회장을 포함해 KB금융 계열사 재직자 18명과 외부인사 5명 등 모두 23명이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윤 회장이 연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확대위는 “윤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이 없고 23명 가운데 한 명”이라며 “지난 3년간 KB금융그룹을 경영해 온 현직 회장인 윤종규 후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KB금융그룹의 인사 신호탄이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확대위는 약 한 달에 걸쳐 최종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기 회장은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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