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라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단기간 충격에 그쳤던 ‘북한 리스크’가 미국과 일본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 등 펀더멘털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자금이 증시로 밀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국면임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5일 오전 11시1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8포인트(0.04%) 내린 2,328.67을 기록 중이다. 전일 개장직후 40포인트 넘게 급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와는 별개로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과연 향후 강한 오름세를 보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여전하다.

5일 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2,340선까지 오르는 등 전일에 비해 다소 회복세를 나타냈다./사진=연합뉴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350선에서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핵 이슈와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 등 이달에 다양한 이벤트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9일 북한 창건기념일인 99절을 앞두고 있어 북한 리스크가 당분간 국내 증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작년 99절에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역시 전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99절과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쌍십절)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과 중국 등 다른 신흥국 증시는 좋은데, 국내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서 그렇다”며 “북한은 99절에 항상 도발을 감행해왔고 이번에도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현재는 주식을 사기 상당히 불편한 상황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증시 전망을 하기 어려운 난국이라고 해석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북핵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며 “컨트롤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어서 예측은 더욱 어렵게 됐다. 당분간 증시는 북한 리스크에 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가치주가 빛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북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 아니어서 결국 증시가 지지부진하게 횡보장세를 보이면서 반등이 나오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나오지 않는 한 올해 말까지 이런 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간 상승세를 보였던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가치주나 내수주가 상승할 여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면전 등 최악의 상황이 오면 증시는 물론, 다른 자산도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지금은 냉철하게 자산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따져서 투자에 나서여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가 생활만 36년에 달하는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정책적 이슈는 예측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가 오면 강남에 비싼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밸류에이션만 신경 쓰면서 싸다고 생각하면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