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의료 시스템을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 평가를 양적 기반에서 질적 기반으로 바꿔 양극화를 해소하고, 병원 중심의 의료 체계를 지역기반으로 유도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제안한다’ 주제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권미혁, 정흥태) 주최로 열렸다./사진=허인혜 기자

보건의료계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제안한다’ 주제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손보험료를 내년 상반기 인하하겠다고 못박았다.

의학계는 보건의료계획 등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며 과잉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한 방안들을 제안했다.

김홍석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타당한 일이나, 큰 틀에서의 목표와 방향성에 부합하는 정책적 접근이 아쉽다”고 평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서 의료의 질적기반 보상체계를 제의했다. 건강보험 가산금액을 진료의 양으로 평가하다 보니 환자 대면시간이 짧고 단순한 진료만 반복한다는 주장이다. 또 고가의 의료장비가 의료기관 평가에 영향을 주면서 소규모 의원과 대형병원 간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다시 환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OECD대비 시설과 장비는 과잉 투자되고, 의료인력은 적은 구조로 의사 생산성이 OECD의 평균 3.7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가치평가 모형을 정부와 의료계가 협업해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기획의원장은 “의료 질에 대한 내용과 기준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의료공급자와 환자에게 규제와 피해가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의료질은 대부분 대형병원의 중증질환의 진료량과 연동되어 있으며, 구조적 영역으로 평가하고 있어 병원의 특성과 지역적 환자구성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명확하지 않은 질 기반보상체계의 도입은 의료의 양극화 심화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기반 의료체계도 의료비 증가세를 줄이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현행 진료 의뢰와 회송 시스템은 상급과 병, 의원간 체계로 환자가 지역을 오가며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신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지역기반으로 진료 의뢰와 환자 회송이 이뤄지면 지역기반의 의료가 발전하면서 환자 부담 의료비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에서 책임지는 ‘지역완결형’ 노인통합케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상급과 병원, 의원간 의뢰와 회송 체계에서 병원과 의원, 의원과 의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 전달체계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확대, 공공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 확대, 지역별로 공공의료기관 및 요양시설 확충이 명시됐다”고 첨언했다.

한편 질병 예방도 의료행위로 분류해야 의료 낭비를 줄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사람들이 아픈 데 대한 보험청구 코드는 9,000개가 넘지만,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일에 대한 청구코드는 단 한 개도 없다”며 “과거 급성질병이 만연하던 시기를 지나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병원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일침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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