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신성록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프리즌’으로 악역의 한 획을 그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죽사남)에서는 180도 변신, 철없는 연하 남편 강호림으로 변신했다. 누구보다 지질한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그런데 악역과 코믹 연기에만 갇혀 있고 싶은 마음은 없단다. 어찌 보면 배우로서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캐릭터는 웬만하면 안 한다. 너무 배고프면 해야겠지만…. 일단 명분을 가지고 출연한다. ‘프리즌’ 속 창길은 감옥의 절대 제왕 익호에 혼자 저항하는 역이었다. ‘죽사남’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선택한 게 아니다. 이미 뮤지컬에서 지질하고 코믹한 역을 많이 해왔다. 백작이 찾아오면서 호림에게 벌어지는 웃긴 상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죽사남’은 1970년대 중동으로 건너가 보두안티아 공화국 백작이 된 장달구(최민수)의 이야기다. 달구가 딸 이지영A(강예원)와 사위 강호림(신성록)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극중 장인과 사위 최민수와 신성록의 케미가 압권이었다. ‘톰과 제리’ 뺨치는 앙숙 케미를 자랑했다. “연말 시상식 베스트 커플상이 정말 욕심난다. 꼭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번도 베스트 커플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장인과 사위가 커플상을 받으면 드라마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죽사남’은 아쉬움이 남기보다 행복하게 기억될 작품이다. 첫 방송부터 종영할 때까지 줄곧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2013~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오랜만의 성과다. 종영 후에도 “두 발 뻗고 푹 쉴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시청자들의 호평은 큰 힘이 됐다. 정작 본인은 악역이 크게 각인된 줄 몰랐단다. “정반대의 코믹 캐릭터를 해내는 걸 재미있어하더라. 댓글에 호평이 많아서 나름 성공하지 않았나 싶었다”고 기뻐했다. ‘기억에 남는 악플은 없냐’고 묻자 “안 좋은 댓글은 빨리 스킵 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좋은 것만 기억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결말은 신성록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회 백작네 가족은 비행기 사고로 조난당했다. 이후 지영과 호림의 딸 은비가 사라지고, 백작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소년이 나타났다. 시즌2를 암시하는 것 아니었을까. “아직까지 시즌2에 대한 얘기는 없다. 종방연에서 (강)예원 누나가 해피엔딩으로 아기자기하게 끝나 바로 잊히는 것보다 낫다고 하더라. 우리 드라마 색깔과 맞는 결말 같다”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건 뭐지?’ 싶었다. 아예 의견 낼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파격적인 엔딩이었다. 마지막 회 방송 당일 낮 2시에 바닷물 속에 있었다. 다들 체력이 고갈된 상태이기도 했다. 종방연 때 작가님이 왔는데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나 보다”라고 웃었다.

신성록은 최민수를 비롯해 한석규, 송강호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도 만나기 힘든 이들이다. 연달아 대선배들과 연기하면서 분명 발전한 게 많을 터.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선배들이 한 신, 한 신 연기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임하는지 알 수 있었다. 1~3년 안에 이렇게 대선배들과 연기를 같이 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행운이다. 향후 10년 동안 연기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 같다.”

특히 최민수에 대해 “대본을 보고 연구해서 자기 걸 만들어 온다. 민수 선배가 뭔가 다른 걸 하면, 난 또 다른 걸 하고 서로 화학작용이 일었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분장실에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동네 형이다. 아직도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다. 순수한 영혼의 아이콘”이라고 짚었다.

신성록은 뮤지컬,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조만간 새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쉴 새 없이 작품을 하는 건 “절대 육아가 힘들기 때문은 아니다”고 했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라면서도 “1등 남편이라고는 못 하지만 그렇다고 뭘 전혀 안 해주는 건 아니다. 중간 정도”라고 스스로 평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결혼”이라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성록의 얼굴은 언뜻 보면 차가워 보이는데, 얘기를 나눠보면 재미있고 유머감각도 뛰어났다. 아직도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냐고 묻자 바로 “냉철한 의사 역을 해보고 싶다. 바보 같은 의사도 좋다. 의학물 뿐만 아니라 장르물, 로코도 하고 싶다. 키다리 아저씨 역도 잘 할 수 있다. 하면 다들 좋아할 텐데 연락이 없다(웃음).”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