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부 신진주

[한스경제 신진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만든다던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여성들이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생리대 문제를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여성들은 물론 생리대를 제조하는 회사, 이를 판매하고 있는 유통업체까지 답답함을 호소하며 식약처의 입만 바라보고 있지만 책임 있는 모습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다른 이슈로 눈을 돌리는 느낌마저 든다.

식약처는 "신뢰하기 힘들다"고 밝혀온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유해성 조사자료를 지난 4일 원본 그대로 공개했다.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는 조사 대상 5개사 11개 제품 모두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하면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던 식약처가 느닷없이 공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다. 

여성들에게 월경은 피할 수 없는 생리현상이다. 발암물질이 나올지 모르는 생리대를 찜찜한 마음으로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유통점에도 명단이 공개된 제품들을 계속 판매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실정이다.  
식약처는 이 자료의 데이터의 과도한 편차 등을 이유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시민단체가 제시한 이 자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3,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생리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신고를 했다는 점이 아닐까.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도 그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해당부처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서만 발표했지, 피해 대책에 대해선 나 몰라라 했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전수조사는 물론이고 역학조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시민단체가 제안한 것처럼 식약처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총리실에서 국무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생리대 56개사 896개 품목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9월 말까지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함유량과 유해성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우선 소비자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책임 있는 분석결과를 기대한다. 특히 올바른 정보를 일반 여성들이 알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필수다.  

여성들의 몸은 출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에서 난임 진료 지원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많은 여성들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제시돼 있다. 복지·보육·교육·안전·환경 등에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런 노력들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유사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공고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미치는 화학제품의 위해로부터 안심하는 사회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이전의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시켜야할 것이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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