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일자리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은 새 정부의 방침에 신규채용을 대폭 늘린 국내 주요 은행들이 머리를 싸맸다. 정책에 발을 맞추려면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확대해야 하는데, 점포는 하반기에만 100여개의 영업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일자리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은 새 정부의 방침에 신규채용을 대폭 늘린 국내 주요 은행들이 머리를 싸맸다. 비대면거래의 증가, 디지털금융의 확산 등으로 점포는 계속 줄고 있는데 채용은 크게 두 배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15일 서울 강남 메트라이프타워 출장소,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출장소 등 6개 영업점에 대한 영업을 종료한다. 오는 10월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출장소가 문을 닫는다. 신한은행은 10월 중 마포·목동 등 서울 8개 지점과 경기도 분당·부산 등 총 14개 지점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24개 점포 통·폐합을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5개 내외로 신설 예정이며 추가 통·폐합 계획은 없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오프라인 점포 축소 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영업조직의 효율성이 충분히 개선됐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지점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점포수는 875개점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862개에서 올해 8월 말 780개로 줄었다. 신설 점포는 3개, 폐쇄 점포가 85개다. 올해 중 남은 기간 동안 폐쇄될 점포는 5개 미만이라는 것이 KEB하나은행의 설명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전산통합 후 물리적으로 가깝고 (구역이) 중복되는 점포를 줄여왔는데 이 작업이 거의 끝났다”며 “남은 기간 동안 폐쇄 점포는 5개 미만, 신설은 1개 정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점포는 줄이고 있지만 채용은 지난해에 비해 공격적으로 늘렸다.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화답하기 위함이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입사원과 경력직의 일종인 전문직무직원을 합해 약 5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4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을 봤을 때 2배가 넘는 규모다. 신한은행은 지원 분야를 6개로 세분화해 같은 기간 450명을 채용한다.

국내 주요 은행 중 가장 먼저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우리은행은 애초에 일반직 30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디지털 부문을 비롯해 채용인원을 400명으로 늘렸다. 글로벌 인턴십으로 100명을 별도 선발하는 것을 고려하면 500명 가량을 채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하반기 일반직 채용 규모가 150명인데 이 규모의 2배가 훨씬 넘는 인원을 뽑을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신입사원 250명을 채용한다

비대면거래의 증가, 디지털금융의 확산 등으로 올해 하반기에만 100여개의 영업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많게는 2배까지 채용을 늘린 은행들은 ‘인력구조 효율화’ 측면에서 고려해 점포 축소와 채용 확대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대면 거래의 축소라는 어쩔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춰야 하는데 대한 ‘딜레마적’ 상황에 빠져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은행 관계자는 “점포는 줄이는데 채용은 크게 두 배까지 늘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채용 트렌드도 많이 뽑는 것으로 바뀌었으니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통·폐합이 되고 옆 점포와 합쳐지며 대형 점포가 많이 생겼다”면서 “희망퇴직, 특별퇴직 등으로 인원이 줄고 본점에서도 디지털금융·모바일 금융 등의 사업으로 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야별 채용으로 전체 채용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C은행 관계자는 “절대적인 채용 수치는 (정책 기조에 따라) 늘려야 하는데 이를 디지털금융쪽에 많이 배치한 것 같다”며 “점포도 줄고 분야별 채용이 확산되는 지금같은 추세라면 오히려 일반 신입행원의 채용 비중은 더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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