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해외로 사세를 확장한 국내 주요 은행들이 중국에서는 고전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를 펴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시중은행들의 중국 법인은 지지부진한 실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현지 은행 인수가 가시화 된 인도네시아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위치한 CNB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CNB 은행 지분 최종 양수도 기념식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에서 법인을 세워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KEB하나·우리·신한·기업·국민은행이다. 이중 KEB하나은행이 중국 내 가장 많은 지점(31개)을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KEB하나은행 중국 법인은 지난해 동기(123억원) 대비 59.5% 늘어난 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81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상회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국민은행은 고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약 29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0억원으로, 기업은행은 102억원에서 7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국민은행은 9,3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로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꼽힌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매출이 줄면서 이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들의 대출 규모도 줄고 부수 거래도 함께 줄었다는 이유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기업금융 업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전망이 밝지 않지만 은행의 글로벌 영업에 있어 주요 거점지였던만큼 중국은 쉽게 버릴 수는 없는 카드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대신 눈을 돌린 동남아 지역에서 현지화 전략이 통해 손익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니 상대적으로 중국 법인들이 살짝 힘을 뺀 것뿐이지 분위기가 개선되면 실적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대신 뜨는 곳은 동남아,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 대해 M&A를 통한 진출만 허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은행을 인수하지 않으면 지점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많아 이곳에서 은행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은행을 합병해야 영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가장 먼저 진출한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인도네시아 지역에 3개 지점을 설립했고, 하반기에도 2개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중 이 곳에 가장 먼저 첫 발을 내딛은 만큼 현지 인력 채용을 늘리고 지점을 확대하며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순이익이 2015년 358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27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진출 후 지난 2015년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와 센터라타마내셔널은행(CNB) 두 곳을 인수해 합병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핵심 경제권인 자바섬 전체에 60개 지점을 통합 운영하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5월 BSI와 CNB의 합병신청서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국에 제출해 6개월 만에 합병승인을 받았다”며 “국내 은행 중 해외 현지은행 2곳을 인수해 합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한 후 우리은행 현지법인과 합병해 우리소다라은행을 탄생시켰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245억7,300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약 837억원을 벌어들인 것을 고려할 때 약 30% 가량을 우리소다라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현지화 등급도 높고 인구의 약 40%가 은행 계좌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성장잠재력이 크다”며 “대부분 진출을 했거나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어떤 은행을 골라서 인수를 하고 현지화 전략을 잘 쓰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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