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수장이 확정되면서 금융권 인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본격화된 인사에 금융협회장, 수협은행장 등의 자리도 속속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을 받던 자리들이 속속 채워지면서 후속 인선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은성수 차기 수출입은행장 내정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가,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전날에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됐다.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은 각각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당장 이 내정자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을 대표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매각작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호타이어 매각가 인하안을 거부했다. 금호타이어 매각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진 상황이다.

은 수출입은행장 내정자는 세계은행(IBRD) 상임이사,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은 내정자의 경우 해운·조선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졌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내정자는 ‘아직 공식 임명 절차가 남았다’는 이유로 산적한 과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최 내정자의 경우 '첫 민간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만큼 금감원의 쇄신에 무게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내정 전부터 불거졌던 노조와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감원장엔 애초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 경험과 식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융권을 비롯해 반대가 많아 최 내정자가 낙점된 만큼, 금융권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최 내정자에 대해 실무 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비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치 금융을 청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하면서도 "몇 년 전까지 피감기관인 하나금융지주의 사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은 금융업 이해라는 장점보다 금융감독기구의 자율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굵직한 인사들이 마무리되면서 수개월째 수장이 공백 상태인 SGI서울보증과 수협은행,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등 지지부진했던 후속 인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협은행장은 지난 4월12일 이원태 전 행장 임기가 끝난 이후 정만화 수협은행 비상임이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수협중앙회와 정부 측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인선이 5개월째 표류 중이다.

오는 28일 선임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는 10명 안팎이 지원했지만,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선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금융관료 출신이고 최근까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 외에도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이 공모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10월에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주요 금융협회장도 대거 바뀔 전망이다.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절차는 진행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은 각각 11월과 12월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장도 선임됐으니 금감원 임원들이 곧 사임을 표할 것”이라며 “수협은행도 이달 안으로 행장추천위원회를 열어 행장 선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 공기업에서는 일명 ‘낙하산 인사’ 임명 우려가 나오고 있어 최종적으로 선임이 되더라도 한동안은 잡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