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뜻밖의 고백이었다. 데뷔 9년 차인 이준은 아직도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이준은 2009년 엠블랙 데뷔와 함께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연기력 논란 한 번 일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단다. “점점 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엄살을 떨며 첫 연기 도전인 영화 ‘닌자 어쌔신’ 속 연기가 가장 좋았다고 짚었다. 자신의 출연작을 2번 이상 본 적도 없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숙제가 생기더라.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한 ‘닌자 어쌔신’의 연기가 가장 깨끗해 보였다.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철학이나 해답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항상 떨면서 한다. 앵글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두렵다. 스튜디오 촬영할 때 내 스태프들은 다 나간다.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심지어 식당에서 찰칵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란다.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다.”

엠블랙으로 활동 할 때도 카메라 공포증이 없지 않았다. 풀샷으로 잡힐 때는 괜찮은데, 클로즈업되면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래도 “소심한 면을 깨나가는 게 재미있다. 내 연기를 보고 마음이 치유됐다는 편지를 읽으면 ‘이런 맛에 연기하는 구나’ 싶다”고 좋아했다.

배우에게 카메라 공포증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준은 약점을 딛고 가수 겸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종영한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발연기 배우 안중희를 연기했다. 처음엔 ‘그냥 연기 못하면 되는 거 아냐?’라며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를 해도 “답이 안 나왔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이질감이 느껴져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준은 “전형적인 틀에 갇힌 연기가 나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김해숙 선배가 용기를 줘서 힘이 됐다. 발연기 정말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고마워했다.

이준은 연예인 캐릭터와 인연이 깊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2013) ‘럭키’(2015)에 이어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세 번째 연예인 역할을 맡았다. “우연의 일치다.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연기에 미쳐있는 열정 많은 배우 역이었다. ‘럭키’는 직업은 배우인데 의욕이 없었다. ‘아버지가 이상해’ 속 중희는 아이돌 출신 배우로 안하무인 캐릭터였다. 이번엔 연예인 캐릭터 보다 가족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설정만 같을 뿐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 않냐. 온전한 배우의 모습은 ‘배우는 배우다’ 뿐인 것 같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기에 의미가 깊다. 주말극을 20대 마지막 작품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걸 알고 시작했다. 아직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장르도 그렇고 다양한 방송사, 감독, 작가와 일하는 게 좋다. 드라마는 JTBC 빼고 방송사별로 작품을 한 번씩 했다. 단막극부터 미니시리즈, 이번에 주말극 52부작까지 했다. 영화는 롯데 것만 안 해봤다. CJ, 뉴, 쇼박스, 워너브라더스까지 다했다(웃음).”

‘아버지가 이상해’는 주말 황금 시간대에 방송 돼 확실히 체감 인기가 다르지 않을까. ‘좀 더 팬층이 다양해지지 않았냐’고 묻자 “외할머니가 동네에서 인기가 좋아졌다고 하더라. 팬클럽 수도 2배나 증가했다”고 웃었다.

이준은 오는 10월 24일 경기도 포천의 8사단에 현역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일명 ‘오뚜기 부대’로 훈련이 힘들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군입대로 대중에게 잊혀질 거라는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는데, 내 삶을 더 찾아보기 위해 쉬다 가기로 결정했다. 일보다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다. 좋은 선택 같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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