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SK이노베이션 노사가 파격 입협을 통해 매년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깨고 진정한 상생관계를 구축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앞으로 임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동해 인상하기로 합의 한 것이다. 임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어서 산업계 전반으로도 확산할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교섭(임단협)을 지난 8일 마무리 지었다. 노동조합에서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73.57% 나왔다.

이번 협상안은 임금인상률을 소비자 물가와 연동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임금인상률을 노사가 합의를 통하지 않고, 전년도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연동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 공공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임상률을 연동하는 새로운 협상안으로 올해 임단협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 1%에 호봉승급분 2.7% 더한 3.7%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노사 합의는 임금체계를 생산성에 따른 합리적 구조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임금인상폭을 연차가 아닌 근로자의 역량과 생산성 향상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절한다는 내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노사는 기본급 1%를 사회적 상생 기금으로 출연한다는 합의안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키로 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의 협의안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노사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호평했다. 임금인상에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했을뿐 아니라, 임금협상에 소모하던 6~12개월의 시간도 아낄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협상안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 생산성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이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14개 기업이 임금협상으로 허비한 시간은 무려 평균 2.4개월이다. 그 중에서도 1,000인 이상 대기업은 5.6개월으로 훨씬 많은 시간을 임금 협상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의 협상안이 적용되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이번 협상안은 노사관계 선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임금협상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독일은 교섭 유효기간이 없고, 임금·단체협상도 하지 않는다. 미국도 법 규정이 따로 없지만 보통 4~5년마다 임금 재협상을 한다. 일본도 최장 3년에 한번씩만 협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1년마다 임금협상을, 2년마다 단체협상을 하고 있어서 소모전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안 적용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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