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분양가 몰리는 수요자 및 투자자, 규제 허점 이용 ‘과열 현상’

[한스경제 최형호] 강남권 집 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8.2대책이 엉뚱하게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끌어가기 위해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대형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투기 과열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8.2대책이 엉뚱하게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제공=연합뉴스.

이런 사정에 정부가 강남 재건축 부동사 시장 과열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1순위 마감률 '89%'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 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분양된 단지 총 19개 중 17곳이 1순위에서 마감돼 평균 89.5%의 1순위 마감률을 기록한 것.

지난해 11·3부동산대책 이후 6·19대책, 8·2대책, 9·5대책(8·2대책 후속조치) 등 시장 규제가 점차 강화돼가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정비사업 분양 마감률(76.2%)과 비교해도 10%이 상 높은 수치다.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168.08대1을 기록해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사진제공=GS건설.

심지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168.08대1을 기록해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정부는 연이은 대책이 강남권 부동산 시장 진정은 물론 서울의 전세대란을 막는데 효과적이었지만, 이번 강남 재건축 분양은 과도하게 투자수요가 몰리는 ‘거품현상’이 나타나 또 다른 숙제거리를 안고 가야할 처지다.

업계는 강남재건축 시작에 대거 몰린 이유에 대해 이번 분양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됐고 인근 시세보다 낮아져 훗날 프리미엄의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분양에 돌입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에선 과열 양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로또 청약'이란 단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예상가보다 낮은 3.3㎡당 4250만원이 책정됐고,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는 분양가를 당초 예상가인 4500만~4600만원에서 300만원가량 낮추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는 주변 시세보다 1억~2억원 낮은 수준이다.

대출규제와 청약조건이 강화된 상황에서 공급축소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강남 재건축 분양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듯 했으나,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자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반전을 이룬 것이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다주택을 허용하지 않고 실수요자를 위한 정부 기조라면 국내 대부분 자산가들은 강남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인근 시세보다 1억~2억 가량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자 훗날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강남권에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연이은 대책으로 건설사들이 비교적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자, 앞으로 나올 강남 4구 단지들의 분양가도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정부 규제’에 낮은 분양가가 반사이익으로 작용돼 강남 재건축 시장의 ‘투기과열’을 부추기지는 않는지 우려의 시선도 공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분양가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단지들의 분양가도 쉽게 올라가진 못할 것“이라며 ”다만 낮은 분양가만큼 투자자 및 수요자들도 이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예상치 못한 강남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계속해서 투기 지역을 규제하면 그 반사이익으로 분양가가 저렴해진 강남 재건축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곧 있을 추가 대책에 강남 재건축 시장에 나타난 이번 문제를 간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형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