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공매도는 고평가된 주가를 평균으로 회기 시키는 순기능이 있다고 봅니다. 주가 하락 이유가 다양한데, 전부 공매도가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내가 못사는 게 모두 친일파나 적폐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균형을 잡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봐야 발전이 있습니다. 결국, 자본시장이 발전해 가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죠.”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데 대해 “주가 하락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공매도를 시장의 일부로 인식하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 입장에는 ‘강남 집 소유자가 집이 없어도 집이 떨어지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불안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심정일 것”이라면서도 “공매도가 강남 집값 과열 줄여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를 공매도 세력과의 대결국면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이라도 공매도 쉽거나 절대적으로 유리하진 않고 코스트(비용)가 들어갈 뿐 아니라, 크게 잃을 수도 있다”며 “상승 모멘텀이 없는 주식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전부 공매도 때문이라고 하면 오히려 주가의 변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아닌 최 대표는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마저 코스피시장으로의 이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의 본질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리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많고 변동성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코스피를 추종하는 펀드 등 패시브 자금이 유입이 적은 것도 기업이 코스닥을 떠나는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닥시장도 미국의 나스닥처럼 첨단산업으로의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돼서 기업이 육성되면 이미지가 개선되고 투자자들도 코스피와는 다르다고 볼 텐데, 스타 기업을 배출하지 못해 코스피시장의 2부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며 “기업이 이왕이면 인지도가 높은 코스피시장으로 가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창업 전 대학시절부터 철저히 가치투자 원칙을 따르고 있는 최 대표는 증시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열풍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일축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전력은 좋지만, 4차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치투자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서 숨겨진 성장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어서 더욱 ‘섹시한 테마’에 맞는 종목은 오히려 투자 기피 대상이 된다. 

VIP투자자문이 개인 일임 펀드에는 삼성전자가 한주도 편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코스피지수에 뒤지지 않는 수익을 올렸다. 가치투자 전략에 부합하는 종목을 잘 골라 편입하면 주도주를 넣지 않고도 높은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실사를 벌인 후 내린 결론도 ‘VIP투자자문은 중소형 가치주 발굴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었다. GPFG는 VIP투자자문에 거액을 맡겼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이 많이 올랐음에도, 주식에서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고 개인투자자는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동안 주식을 팔았다”며 “경기상승 초입에 중소형 가치주를 저렴할 때 사두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주가가 한참 오른 가운데, 들어가면 오히려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삼성전자가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 경향이 결국은 중소형주까지 확산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 대표와 VIP투자자문은 국내 증시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일임 상품을 출시했다. 

중국인 애널리스트 4명을 고용해 직접 종목 탐방도 나서도 투자할 기업을 선정한다. 자문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운용사도 재간접형 펀드를 내놓거나 외국계에 자문을 받는 것에 비하면 과감한 시도다. 이 상품은 출시이후 140억원이 넘게 자금이 유입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국내 증시의 성장 여력이 작다”며 “언론사가 특파원을 보내도 해외동향 수집이 쉽지 않은 것처럼 좀 더 심도 있는 리서치를 위해 중국인 애널리스트를 고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애널리스트는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며 “국내 증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고객들도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개인투자자의 자산을 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지만 일반인도 얼마든 관심분야에 집중하면 프로 못지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미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덕업일치’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에 집중하면 그 어떤 증시 전문가와도 한번 해볼 만한 실력이 생긴다는 것.

그는 “과거 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연구원이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에 대해 물어보기에 ‘화장품을 좋아한다면서 왜 하이닉스를 물어보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며 “그 후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0배 넘게 올랐는데, 정작 제일 잘 하는 영역을 놓치고 있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게임에 대해 기성세대가 따라올 수 없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어린 친구들이 있다”며 “영화나 게임 등등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부터 공부하고 투자를 시작하면서 점점 투자 지식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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