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화제 속에 막을 내린 JTBC ‘품위있는 그녀’는 끝까지 주인공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범인을 공개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 속 진짜 반전의 주인공은 이건우였다. 극중 안재구(한재영)와 박주미(서정연)의 아들로 집안에서 그림자처럼 지냈던 고3 수험생 안운규가 박복자를 살해한 진짜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첫 드라마인데 영광스러운 역을 맡게 됐어요. 운규는 쉽지 않은 인물인데다 작품의 마지막까지 장식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최대한 부담은 덜고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감독의 디렉팅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했는데, 그 때 받았던 디렉션이 ‘짐승같이 덤벼들어라. 본능적으로’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운규의 롤이 이렇게까지 커지리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박복자를 죽인 인물에 대한 여러 추측이 오갔고, 안운규는 거의 용의선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운규와 모자 호흡을 맞춘 서정연이 지나가다 장난 삼아 “운규 아냐?”라고 한 번 던진 게 전부였다.

“15부 이후에 알게 됐을 거예요 아마. 대본을 쭉 읽다가 알게 됐죠. 저도 그랬지만 다른 이들도 모두 깜짝 놀랐어요. 아마 감독께서 그걸 원했던 것 같아요. 미리 알았으면 그냥 운규처럼 생활을 못 했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살해 장면을 앞뒀을 때, 이건우는 김선아는 일부러 자신과 거리를 뒀다고 회상했다. 살인범과 살해 피해자라는 어려운 상황을 김선아의 리드로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김선아는 평소엔 다정한 선배였다.

“종방연 때 김선아 선배가 많이 챙겨줬어요. 편하게 연락하라고도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복자와 운규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말해 줬어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범행 장면을 촬영할 때는 ‘날 죽여야 하는 역할이니까 몰입하라’고 해 거리를 뒀어요. 다른 배우들이 촬영을 할 때도 내 나름대로의 상황에 집중하면서 장면에 몰입을 하려고 했고요.”

‘품위있는 그녀’에서 운규는 외로운 아이였다. 재산 승계 다툼에서 밀려난 부모는 운규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 했고, 고3이라는 시기는 더 외롭게 만들었다. 밖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한을 가진 부모의 고함도 들어야 했다. 이런 운규를 연기한 이건우는 현실에서는 부모의 든든한 응원을 받는 사랑 받는 아들이다.

“엄마, 아빠는 ‘품위있는 그녀’의 열혈 시청자였어요. 늘 ‘아들 언제 나와’라고 물었죠. 반전이 있는 인물이라 마지막에 급부상을 했는데, 그 때 엄마가 정말 좋아했어요. 연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는데 부모님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연극단도 찾아 다니고 하면서 연기를 시작했죠.”

앞으로의 목표는 “차근차근,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작품을 해나가는 것”이다. 튼튼한 배우 생활을 위해 본명인 이건희 대신 이건우란 활동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튼튼하게 연기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굳건하게 나아갈 수 있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송강호 선배가 연기를 하는 걸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돼요. ‘이렇게 연기를 하는구나’ 싶어서요. 언젠가 송강호 선배처럼 만인에게 인정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게요.”

사진=이호형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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