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영] 이낙연 총리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20년 기자 생활에서 비롯된 강인함과 4선 의원, 전남 도지사 등의 국정 활동을 통한 노련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 총리는 지난 11일과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여러 의원들의 맹공을 받았다. 하지만 조용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들어 위기에서 유유히 벗어났다.

이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누리꾼들 사이 공유됐다. '사이다(통쾌하다)'라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중학생을 대하는 자상한 대학생 같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 이낙연 총리의 화제 답변 7가지를 모아봤다.

1. “MBC, KBS 잘 안봅니다”

박대출 의원 / 사진=연합뉴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최근에 MBC KBS 불공정 보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 "어떤 보도입니까?"

박대출 : "KBS나 MBC에서 불공정한 보도를 한 것 혹시 기억나시거나 본 게 있습니까?"

이낙연 : "음... 잘 안 봅니다. 네"

박대출 : "아... 안보십니까? 뉴스도 좀 보십시오. 그래야 세상 돌아가고 우리... 문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고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낙연 : "네 아주 개인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박대출 : "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가 장악하는 방송, 그리고 현 사장이 운영하는 꾸려가는 방송. 어느 게 더 객관적이겠습니까?"

이낙연 :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박대출: “제 말씀에 답변이 아니었습니다. 두 가지 중에 어느 게 객관적으로 될 수 있겠습니까? 언론 노조가 장악하는 방송이 객관적으로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낙연: “‘누가 장악했느냐’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봅니다만은 저는 보도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가는 알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공정한 보도를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2. “김성태 의원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성태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이낙연 총리 / 사진=JTBC 뉴스화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 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고! 결국 왕따 신세 자초한 거 아닙니까!"

이낙연: “저는 김성태 의원의...”

김성태: “잠깐만 얘기 들어보세요!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 안보전략인지 이제 한번 답변 정확하게 한번 해보세요!”

이낙연: "예. 김성태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성태: (정적) “이 북한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이런 정체절명의 안보위기 속에서 대통령은 왜 국민의 앞에 서지 않습니까? 북한의 수소폭탄을 우습게보시는 겁니까? 아니면 대한민국의 국민을 우습게보기 때문에 국민 앞에 서질 않는 겁니까?”

이낙연: “그 수속폭탄이라고 주장하는 핵실험이 있던 직후에 대통령이 직접 NSC(국가안보회의)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김성태: “NSC회의 주재했지 언제 국민 앞에 섰습니까? 이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서 미국의 전략 자산과 그리고 전술 핵무기라도 상시 배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그런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도 밝혀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들의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서지 않는데 이제 총리 제대로 답변 한번 해보세요! 끼어들지 말고”

이낙연: “네. 거듭 말씀드리지만요. 또 혹자들은 대통령이 안보 문제에서 너무 많이 나서는 것 아니냐하는 그런 의견을 제시하는 분도 계십니다. NSC 회의를 늘 하고 있습니다”

3. “저도 그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김성태 의원 /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총리 전광판을 봐주세요. 대한민국 국회에 6인조 사드 밴드가 있다고 하는데 알고 계십니까?”

이낙연: “네. 저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김성태: “왜 처음 들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일인데. 국가의 안보가 백척간두의 위기인데도 북한의 핵 미사일을 저지할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이 무능한 정권의 하수인들이 저 우스꽝스러운 가발이나 뒤집어쓰고 ‘사드 괴담송’을 부르고 사드 댄스나 춤추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표창원 의원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벌였던 퍼포먼스를 일컬음). 이런 천인공노할 자태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총리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낙연: “네. 잠깐만요. 제가 추측건대 대선 전 상황 같은데...”

김성태: "그런데 왜 아까 모른다고 했어요!"

이낙연: "모른다고 하지 않았죠. '그렇게 추정이 된다' 이 말씀입니다"

김성태: “추정은... 알면 아는 거지 무슨 추정이에요?”

이낙연: “저 상황이 대선 전 상황 같은데요. 그 당시에는 국방위원회에서도 대부분의 의원들의 사드배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김성태: “‘밤이면 밤마다 사드 전자파는 싫어’ 그럼 ‘밤이면 밤마다 김정은의 수소폭탄은 좋아’요?”

이낙연: “그 사드 전자파에 대해서는 사드... 사...”

김성태: “이건 나라의 안보를 조롱하는 일입니다”

이낙연: “제가 답변할 시간을 주십시오. 사드 전자파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환경 영향력 소규모 환경영향력을 평가해서 그런 우려가 없다고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김성태: "총리, 이건 나라의 안보를 조롱하는 일입니다. 국민 앞에 엎드려 석고대죄 해야 할 그런 일이예요.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국가안보를 조롱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지난 일이지만 두 번 다시는 안보 가지고 장난치지 말도록 총리께서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이낙연 : "네, 저도 그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4. “조금 전에 삼권분립 체험했잖습니까?”

황주홍 의원 / 사진=연합뉴스

 

황주홍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나라는 한국은 삼권분립 국가가 아닙니다. 예산권과 입법권이 없거나 반분된 입법부는 대등하지 못합니다. 대법관 전원일치 판결로 복역한 전 총리 재판을 놓고 실세들이 법원을 공개적으로 성토해도 공식입장 하나 내놓지 못하는 대법원이 무슨 삼권의 한 축이겠습니까?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는 제왕적 대통령 1인제 입니다. 대통령 한마디가 법이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남발됩니다. 이런 제왕적 정치 문화 속에서 대통령이 자기 소신과 진영적 가치에 함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해서 겸허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실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도 총리처럼 국회에 출석해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벌이도록 개헌해야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거에 대해서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개헌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가..."

황주홍: "개인적인 소신이나 입장을 말씀해..."

이낙연: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 삼권분립이 무의미하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조금 전에 우리는 삼권분립을 체험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지명하신 헌번재판소장 후보자가 바로 인준에 받지 못한 사태가 있었지 않습니까. 삼권분립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주홍: "네. 좋습니다"

5.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 북한이 갑자기 저런 목표를 세웠다고 보지 않아”

미소짓는 이낙연 총리 / 사진=연합뉴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안보문제에 대해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굉장히 많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화면 좀 한번 띄어주세요. 지난 8월 27일 노동신문 논평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게 그토록 우리 문재인 정부가 대화 제의를 주장하고 계십니다. 저게 그 8월 27일 노동신문에서 논평한 것입니다. ‘제 분수도 모르면서 대화에 조건 타령’, ‘남조선은 대화 자격 없어’, ‘그 무슨 운전석 운운하며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릴 하고’, ‘괴뢰들과 핵 문제 논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 ‘남조선의 근본 입장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대화는 하나마나’ 이게 북한에 대해서 대화를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낙연: “미국에서도 대화를 간간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히려 되묻고 싶은 것은요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그 기준은 또 무엇인지 오히려 이상합니다. 현재 한미 간에는 별다른 견해차이가 없습니다"

함진규 : "총리님, 그런 총리님의 인식이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낙연 : "뭐가 잘못이죠?"

함진규 : "미국은 당사국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고 있지...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

이낙연 : "북한이 저러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인데요. 4개월 사이에 갑자기 저런 목표를 생각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6. “이전(박근혜) 정부에서 편법으로 했다”

질의하는 함진규 의원 / 사진=연합뉴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2009년도에 국군정보사신축사업, 2013년에 서북도서요새화사업, 2016년도 해병항공단사업 이런 모든 것들은 환경영향평가를 관련법에 의해 면제받았어요. 그런데 왜 사드만 같은 군사 사항인데도 왜 이걸 면제하지 못하는 건가요?”

이낙연: “이전 정부에서도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지 않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편법적으로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이전 정부가 그렇게 했습니다”

함진규: "정부가 설득을 해야지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낙연: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가겠다는 것이 왜 잘못입니까?"

7. “국회의원 오래했지만 국회에 오면 정신 나갈 때 있어”

노웅래 의원(왼쪽)의 질의에 답하는 이낙연 총리 / 사진=JTBC 뉴스화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무 국방 장관이 이쪽저쪽 가서 ‘전술핵 배치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정부내 협의가 된 것입니까?”

이낙연: “협의되지 않았다. 국방장관은 의원님의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모든 가능한 옵션들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런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고 정부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웅래: “정부와 협의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이낙연: “국방장관으로서 국회에서 의원들의 무서운 질의를 받다보면 그런 답변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웅래: “국방부 장관이 정신없는 분은 아니지 않나. 뭔가 숨은 뜻, 복선이 있을 것이다. 그 뜻이 뭔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정신 나가서 이야기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낙연: “그러나 국회의원을 꽤 했던 저도 국회에 나오면 정신이 나갈 때가 있습니다”

노웅래: (웃음) “공적으로는 정신 나가시면 안됩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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