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6기배치가 완료되면서 중국의 보복양상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뷰티업계가 발 빠르게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뷰티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만큼 사드 보복으로 인한 타격이 큰 업종이었다. 이에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사드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내부 모습. /신진주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뷰티 기업들은 사드 경제 보복 조치 돌파구로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시장 진출한다는 대책과,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중국 보부상을 대상으로 한 제한 정책이다. 

먼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나온 매출 손실을 새로운 시장 진출로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미국 시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이달 중으로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아모레퍼시픽은 1986년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뒤 럭셔리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을 선보였고 설화수와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을 진출시켰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자연주의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회사 측은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한국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라파예트점 오픈은 설화수의 글로벌 시장 확장의 가속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라면서 “설화수 프랑스 진출을 계기로 아시아·미주뿐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서 전 세계에 한국의 미와 가치를 전달하며 그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 역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궁중 한방브랜드 ‘후’의 경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최고급 브랜드 화장품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뷰티업계의 사드보복에 따른 또 다른 조치는 특정 브랜드의 면세점 판매 개수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일부 보따리상은 양사 주요 브랜드 화장품을 사들여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해왔다. 이에 불법 유통에 따른 각종 문제점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두 기업은 면세점 판매 정책을 강화해 브랜드 가치 관리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 1일부터 면세점에서의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의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했다. 

오프라인 매장 인당 구매 수량을 기존 'SKU당 10개'에서 '브랜드당 5개'로 대폭 강화하고, 인당 구매 최대 금액도 기존 2,0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내렸다. 온라인 인당 구매 수량도 'SKU당 5개'에서 '브랜드당 5개'로 강화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부터 면세점에서 후 공진향 인양 3종 등 세트제품 6개와 숨 워터풀 3종 등 세트제품 2개 상품에 대해 최대 5개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매 수량 제한 강화를 결정한 것은 아세안 국가들로 유출되는 보따리상 물량을 막으려는 뷰티기업들의 강한 의지인 것이다. 

두 기업은 구매수량 제한 조치로 그간 중국 보따리상(代工?따이공)의 무분별한 사재기로 훼손됐던 브랜드 가치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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