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중국 공장 매각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경영 정상화 방안(자구안)을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자구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자구계획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중국 공장 3곳(난징·톈진·창춘)의 매각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특히 중국 법인과 공장이 중국 은행에서 진 빚이 3,000억원을 넘는 수준이라 매각을 해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중국 공장 3곳의 매각 가능성에 따라 채권단의 자구안 수용 여부가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향방에 따라 배수진을 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13일 채권단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전날 유상증자, 중국 공장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안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과거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으로 미뤄봤을 때 약 6,300억원의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지난 7월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시 박 회장이든 계열사든 2,000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1,300억원 상당의 대우건설 지분 4.4%를 매각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적자를 내는 중국 공장 매각(3,000억원)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앞서 “중국 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찌감치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에서도 중국 사업의 정상화 방안이 검증의 핵심 부분이 될 것으로 점쳐왔다. 중국 법인의 채무만 해결되면 돌발적으로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은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중국에 난징, 톈진, 창춘 등 생산공장 3곳과 판매법인 1곳을 두고 있다. 중국 시장은 한때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의 40%까지 견인했으나 최근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어려워진 요인 중 하나가 중국 영업의 부진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한때 중국 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 소비자 고발 방송 프로그램 완후이가 ‘금호타이어가 불량 고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하게 추락했다. 후에 금호타이어가 중국 당국의 기준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된 것도 실적 악화의 이유로 꼽힌다.

이렇게 상황이 나쁘다보니 차입금도 많아졌다. 현재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의 차입금은 채권단에 4억달러, 현지 외국계 은행 3,160억원이다. 채권단에 진 빚은 채권단의 결단에 따라 상환을 유예할 수 있지만 외국계 은행 채무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중국 법인 채무의 상당 부분을 금호타이어 본사가 지급 보증을 서 외국계 은행이 상환을 요구하면 본사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르면 13일 보완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일단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구안 내용에 대해 채권단 전체의 의견이 아직 모아지지 않았다”며 “향후 각 기관별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공장을 매각하든지 (금호타이어) 본사가 지급 보증을 선 것을 해결하든지 해서 중국 사업 정상화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 회장도 본인이 나서 중국 사업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니 이 방안을 특히 잘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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