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언제적 김승유인데...금융계 인사를 좌지우지 하나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계 인사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근이 잇따라 등용되자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난 8일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데 이어 이달 11일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취임식을 갖고 금융감독원장 업무를 개시하자 나온 말이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회장이 직접 영입해 하나금융지주에서 손발을 맞추며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이다.

특히 최 원장은 김 회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유력하게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하룻밤 만에 몰아내고 자리를 꿰차면서 범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한국거래소 전경/사진=거래소

지난 11일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경기고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김승유 회장을 비롯한 경기고 인맥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고 인맥 부상의 배후에는 문재인 정부 실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다. 역시 경기고 출신인 장 실장은 김승유 회장과 매우 밀접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불똥은 이제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튀고 있다. 거래소가 12일 돌연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다시 장하성 실장이 인사에 개입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애초 유력인사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원장은 경기고가 아닌 광주제일고 출신이지만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한 김 전 원장은 한때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 요직에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거래소 측이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나서면서 김 전 원장이 탈락한 것 아이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배경으로 추정되는 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부산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는 설이다.

김 전 원장은 결국 2013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거래소 이사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꼬리를 내렸다는 것. 이에 따라 장하성 실장의 경기고 선배인 진영욱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김 전 원장의 대타로 거론되고 있다. 추가 공모에 지원해 결국 이사장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장 실장 세력이 금융권 인사를 휩쓸면서 청와대 내 반대 세력이 견제에 나섰다는 추측이다. 이럴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비롯해 김기식 전 국회의원과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박상조 전 코스닥본부장 등 ‘장하성 라인’이 아닌 인사면 누구나 이사장에 올라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김 전 청장은 공석이 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깜깜이 인사’에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마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거래소 이사장 등이 찍어서 내려오면서 전혀 윤곽을 알 수가 없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13일 추가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추가 모집 절차를 진행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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