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앞으로 금융권의 민원 유발 상품과 불완전판매 유형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등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 보험사와 달리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실적 위주의 영업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민원 해결에는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중소보험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제안하면서 민원 발생비율이 높은 보험업계가 발목을 잡혔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제안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겠다”며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을 함께 도입해 민원 유발 상품과 불완전판매 유형 등 민원 유발 정보를 적시성있게 분석하고 결과를 감독검사에 연계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이 개편되면 ‘보험금 미지급’ 등 두루뭉술하게 공개됐던 민원이 ‘췌장염 치료비 과소지급’ 등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금융당국은 민원발생 현황만 공개하던 현행 방침에서 한 단계 진화한 통계로 소비자들의 권익이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민원의 63.7%를 차지한 보험업계가 첫 번째 타겟이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7만6,237건 중 손해보험이 38.1%, 생명보험이 25.6%를 차지했다. 비은행(20.6%)보다 높은 수치다.

보험 민원은 불완전판매와 온라인 보험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민원을 합쳐 총 2만9,94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의 원인은 같지만 대응방식과 여력은 보험사 규모 별로 상이하다.

자살보험금 이슈가 일단락된 생명보험 대형사들은 ‘민원왕’의 오명을 털어내기에 분주하다. 소비자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사 모두 민원 건수가 비슷하거나 줄었다. 판매 상품 수가 월등해 민원건수는 타사대비 많지만 10만건대비 민원건수는 10건 이하로 3사의 올해 2분기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는 평균 9.21건이었다.

교보생명의 민원건수가 가장 크게 떨어져 전분기보다 8.76%의 감소 효과를 봤다. 현대해상도 올해 2분기 전년동기 10.92건에서 8.46건으로 민원을 대폭 줄였다. 대형사들은 불완전판매 리콜 제도를 운영하고 보험상품을 고르게 판매하면서 체질을 바꿨다고 전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보험사의 존속 자체가 절벽에 선 만큼 불완전판매에 손을 못쓰는 지경이다. 보험설계사들도 이익이 많이 남는 대신 민원도 잦은 변액과 종신보험을 위주로 판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에 매몰되다 보니 보험 상품 판매부터 민원 줄이기 여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 개선으로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라며 "민원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힘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상반기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민원(보유계약 10만건당)을 기록한 처브라이프생명은 2004년 이후 13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대주주가 자주 변경되면서 경영이 흔들리고,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신규 계약 체결율과 기존 계약 유지율 모두 좋지 않다.

보험사의 적자는 민원비율과 비례관계를 보였다. PCA생명, KDB생명, DGB생명도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건수가 30건을 상회한다. 3사는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를 유지하는 등 영업실적이 미진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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