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산업부 김재웅

[한스경제 김재웅]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국산 전기차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조금 제도도 미흡한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 산업 성장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는 겉으로는 전기차 확대를 외치면서 정작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는 못하는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업계 중역이 정부 정책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업계에서 보는 얼마나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지를 짐작할만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좀처럼 커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무려 54만5,186대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과 5,000대 전후만 팔렸다. 전 세계 시장 규모의 단 1%다.

최 사장의 발언처럼, 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전기차 시장 성장에 장애 요인으로 안이한 정부 정책이 문제라고 입을 모아왔다. 전기차 시장을 키우겠다고 말만 이어갈뿐 인프라 구축이나 지원 예산 편성에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턱없이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는 가장 큰 문제다. 작년 기준 전세계 충전소 개수는 32만2,265개다. 그 중 120개만이 우리나라에 있다.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충전소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207기까지 늘린 상태. 올해 말까지 주유소에도 충전소를 설치해 270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기차뿐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지차 시장 역시 정부의 무관심으로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간 최종식 쌍용차 사장. 최 사장은 유럽 시장 문을 열기 위해 G4렉스턴을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도전에 동참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제공

내년초 현대차가 출시할 2세대 수소전지차는 1만대가 보급되면 원전 1기를 대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핵’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부는 수소충전소 확대에도 인색하다. 2020년까지 지자체에 비용을 절반 지원해 수소충전소를 8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만 내놨다. 정작 울산과 광주를 제외한 지자체에서는 주민 반대로 설치할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 관계자는 수소전기차가 보급되면 해결될 것이라며 무책임한 입장만 반복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년에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마저 축소된다. 환경부가 2018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전기차 보조금을 현행 1,4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보조금도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반토막 난다.

그러면서 보급 목표는 전기차를 1만4,000대에서 2만대로, 하이브리드차는 5만대에서 6만대로 늘렸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친환경차 시장은 정부 지원이 필수다. 업계 입장에서는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싸고 좋은 내연기관이 넘치는 상황, 소비자들에게도 비싸고 아직 부족한 친환경차는 사치품일뿐이다. 친환경차 보급에 따른 이익은 단기적으로 보면 사실상 정부의 몫이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강국이 되는데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도 일찌감치 전기차로 눈을 돌린 덕분에 세계 최고의 전기차 산업을 갖게 됐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2020년 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본다. 만약 골든타임에 잘 대처한다면 우리나라는 위태로운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수소전기차 시장까지 키운다면 차세대 에너지 시장에서도 막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정부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발언도 가급적 삼가는 편이다.

그래서 최종식 사장의 발언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왠만한 절실함과 용기가 없으면 하지 못했을 말이다. 부디 정부가 최 사장의 말을 헛되이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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