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KB금융의 선택은 윤종규 현 회장이었다. 앞으로의 3년을 맡길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내부 인사로서 누구보다 안정적인 조직 연속성을 짊어질 수 있다는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임기동안 쌓은 경영 실적이 더했다. 한가지 더 있다. KB금융에 대한 그의 애정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확대 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전날 오후 6시 서울 명동 소재 국민은행 본점에서 후보자군 압축을 위한 회의를 3시간에 걸쳐 열었다.

확대위는 지난 8일 정회했던 제2차 확대위를 속개하고 윤 회장과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을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을 선정했다. 하지만 김 후보, 양 후보가 인터뷰를 고사해 윤 회장이 단독으로 심층평가 대상자로 확정됐다. 박영세 이사회사무국장은 “숏 리스트 선정 직후 최영휘 확대위원장이 각 후보들에게 인터뷰 수락 여부를 확인한 결과 윤 회장을 제외한 후보자 전원이 고사해 윤 후보를 단독 인터뷰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확대위의 이러한 결정은 KB금융그룹이라는 조직의 안정성, 수장으로서 조직에 대한 윤 회장의 애정과 관심, 재임 기간 냈던 뛰어난 경영실적으로 점철된다. 확대위는 위원회가 정한 평가기준인 ▲CEO로서의 업무 경험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보자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확대위 후 확대위원들과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최영휘 확대위원장은 “(김 후보와 양 후보가) 맡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것이 그 분들이 고사하신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과 경합을 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 때문에 두 후보가 고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유로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지만 내부자 간의 경합이고 떨어졌을 때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된 첫 번째 이유로는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가 후보군 검증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꼽혔다.

최 위원장은 “지금 KB의 상황이 KB가 오랫동안 침체에서 벗어나 막 올라가고 있는 단곈데 이런 상황으로 봐서 경영의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후보들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때문에 외부 후보자보다는 내부 인사가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외국 사례들만 봐도 CEO 재임 기간이 길어 CEO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좋지 않다”며 경영의 안정성에 주안점을 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윤 회장의 재임 기간 성적표도 확대위가 다시 한번 윤 회장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그는 “3년 임긴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년 임기동안 열심히 했고 경영 결과가 다른 곳보다 나쁘지 않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KB금융을 이끌었던 지난 2년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우수한 성적을 내 금융권에서는 일찌감치 윤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둬왔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8,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그는 윤 회장이 실적면에서 KB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것 말고도 KB에 대한 윤 회장의 열정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도 귀띔했다.

최 위원장은 “조직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흔치 않다”며 “회장 후보군 지원을 위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보면 (KB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심정이 다 담겨 있다”고 말했다.

확대위는 단독 심층평가 대상자로 확정됐지만 끝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윤 회장이 (단독으로 심층평가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심층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의 잘한 점, 잘못한 점, 개선할 점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확대위는 지난 1일 “지난 3년간 KB금융그룹을 경영해 온 현직 회장인 윤 후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14일 오후 서울 명동 소재 국민은행 본점 1층에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의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윤 회장을 적임자라고 봤지만, 확대위는 최근 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조)와 윤 회장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하며 노사간 소통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KB는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거리가 많이 있었던 것 같고 임직원을 만나보니까 지배 구조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이 있었다”며 “(경영을) 잘 할 때도 있고 잘못할 때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윤 회장과 KB노조의 대립각을 염두해 발언했다.

한편 확대위가 열리기 전 KB금융 노조는 국민은행 본점 1층에서 확대위의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의 사퇴도 요구했다.

윤 회장의 단독 후보가 확정된 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3명의 후보를 정했는데 그 중 2명이 그만뒀으면 짜고치는 고스톱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깜깜이 경영승계 절차에 더해 억지로 (확대위) 일정을 늘리면서 14일 동안 이사회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B노조가 사측에 바라는 것이 많아서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노조가 바라는 것은 근로조건의 향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KB노조는 15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확대위는 최초에 23명이던 후보군을 내부 출신 4명 외부 출신 3명 등 7명으로 줄였다. 지난 1일 KB금융 계열사 재직자 18명과 KB금융에 몸담지 않은 5명 등 모두 23명이 후보군으로 확대위에 보고됐고 8일 다시 7명으로 압축됐다. 최종 후보자 1명은 이달 26일과 27일 열리는 인터뷰 및 심층 검증을 거쳐 결정된다. 심층평가는 180분 이내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이사회에 회장 후보로 추천된다. 윤 회장의 임기는 11월 20일까지다.

이날 확대위에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스튜어트 솔로몬 전 한국 메트라이프 회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등 6명이 참석했다. 이병남 전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은 해외 일정이 있어 컨퍼런스 콜로 참여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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