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라고 다를 거 있나요?
[이런씨네]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라고 다를 거 있나요?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7.09.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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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리뷰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네가 보기에 내가 예뻐, 안 예뻐?”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14일 개봉)에서 ‘여배우’ 문소리가 매니저에게 따져 묻는다. 마치 일종의 히스테리로 보이는 이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진짜 아름다운 게 무엇인지, 매력적인 여성이란 어떤 모습인지 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여자라는 조건이 붙은 한 중견배우의 삶과 고민을 비춘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담은 영화다. 물론 문소리의 실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영화의 상황도 캐릭터들도 모두 문소리가 직접 만든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치 문소리의 실상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소리가 ‘문소리’를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문소리는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뚝 끊긴 지 오래다. 트로피는 수두룩하지만 일 년에 작품 한 두 개도 겨우 할 정도다. 이마저도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다른 ‘여배우’에게 밀리고, 하고 싶은 작품에서도 퇴짜를 맞고 눈물을 흘린다.

기껏 들어오는 캐릭터는 기 센 ‘정육점 여주인’이다. 제작사 대표는 “마침 딱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다”며 정육점 여주인 역을 제안한다. 문소리가 짐짓 당황스러워하자 “왜 마음에 안 들어? 캐릭터 정말 죽여”라고 말한다.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영화계의 제작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만큼 여성 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의 정서가 깔려있기도 하다. 등산을 하다 우연히 만나 술자리에서 합석하게 된 제작사 대표 일행들은 문소리를 향해 “성형 안 한 얼굴 아니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예쁘다”고 칭찬한다. “역시 민노당 출신이라 자연스러운 걸 추구한다”며 재미도 없고 쓸 데도 없는 농담을 던진다. 남편 장준환 감독의 사진을 찾아보고 “내가 더 잘생겼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문소리는 한 마디 하려다가 참는다. “어디 가서 내 남편도 저러고 다닐까 봐”라고 말하며 한숨짓는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일부 시선을 차용함으로써 ‘젠더 감수성’을 자극한다.

영화 속 러닝타임 내내 배우 문소리의 일상은 구질구질하다. 엄마의 치과 치료비를 할인해준다는 말에 숍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치과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특별 출연을 거절하려 나간 자리에서 화장을 안 했다는 이유로 “어디 아프냐?”는 말에 시달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여배우에 대한 환상을 과감히 깨 버린다. 관객으로 하여금 여배우의 삶은 화려하지 않고,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문소리는 생활밀착형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잘 사는 삶에 대해 되묻는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삶을 향한 애정을 심어주기도 한다. 유쾌하고 풍자적인 톤을 유지한 이 영화가 품은 메시지는 꽤나 진지하고 날카롭다. 러닝타임 71분. 15세 관람가.

사진=메타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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