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어린아이만 홀로 내린 채 운행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240번 버스 논란이 일단락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이 운전기사가 운행규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무분별한 사이버 여론몰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해자들은 없던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통으로 평생 주홍글씨를 안고 살게 된다. 피해자들은 따뜻한 한 마디는 커녕 보상도 받지 못한다. 인터넷 홍수 시대에 발맞춰 사이버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보호하는 보험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위안을 받을 수 있다.

'240번 버스' 논란에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인터넷 홍수 시대에 발맞춘 온라인 보험을 속속 출시 중이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한때 손발 마비에 극단적 생각도” 사이버 명예훼손

11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시 시내버스 240번에서 4세로 추정되는 아이만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다음 정거장에서야 하차문을 개방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인터넷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시와 경찰청이 CCTV를 확인하고 해당 버스기사를 면담한 결과 알려진 사실과는 상당부분 달랐다. 운전기사는 “인터넷 반응을 접한 뒤 밥 한 끼를 먹지 못하고 손발이 마비되기도 했다”며 “극단적 생각까지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사이버명예훼손 피해는 해마다 증가세다. 지난해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은 2013년 6,320건, 2014년 8,880건, 2015년 1만5,000건으로 2년 만에 2.5배까지 폭증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의 혐오나 비방, 차별적 표현 등에 시정 요구를 한 건수도 2016년을 기준으로 5년 사이 300배 이상 늘었다.

피해가 자주 일어나면서 온라인 명예훼손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도 국내외에서 서서히 출시 중이다.

상대를 특정할 수 있는 비방 글이나 사진 등이 게시되고, 검경찰이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인정했을 때 피해를 보호해 준다.

한화손해보험이 최근 ‘무배당 마이라이프 세이프투게더 보장보험’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신고, 고소, 고발 등이 접수된 뒤 검찰의 기소 처분이 내려진 건에 대해 위험보장을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중고장터에서 사이버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랜섬웨어 확산·정보 유출…사이버공격 보험 “기업이 주 고객”

‘데이터 인질극’을 벌이는 랜섬웨어나 해커에 의한 정보 유출 등 사이버공격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7년 2분기 사이버위협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랜섬웨어 피해로 인한 민원접수는 4,540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9배가량 늘어났다.

해외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이미 활성화 됐다. 지난달 7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사이버보험 시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사이버 보험 관련 원수보험료는 한화 기준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 리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은 2020년 9조80억 원(60억~80억 달러)까지 자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이버보험은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관리하는 주체가 기업이라서다.

우리나라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300~400억원 규모로 아직까지 해외 시장에 비해서는 걸음마 단계라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삼성화재가 출시한 사이버보험은 ‘피보험자가 관리하는 시스템의 개인정보와 기록이 사이버공격 등으로 유출돼 발생한 손해’와 ‘개인정보 유출 통지비용’ 등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12월까지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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