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직장인 A씨. 최근 차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해 대출을 신청할 때보다 연봉이 크게 늘었다. 연봉이 오르거나 신용등급이 오르면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신청하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동료로부터 들은 A씨는 영업점을 방문해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등 입증자료를 제출하고 금리인하를 신청했다. 이후 은행은 자체심사를 거쳐 A씨의 대출 금리를 3.5%에서 3.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도, 취업을 해도, 승진을 해도 대출금리가 내려간다.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도 대출금리가 내려간다.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되면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금리인하요구권’이라고 부른다. 자영업자나 기업은 매출 또는 이익이 증가하면 활용할 수 있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신용·담보대출, 개인·기업대출 구분 없이 적용된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서 예시. 사진=금융감독원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서와 신용상태 개선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면 된다. 승진자라면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등이 입증자료가 된다. 이후 금융기관의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5∼10영업일 안에 심사결과를 통보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조금씩 해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 6만3,000여명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았다. 평균 금리 인하 폭은 1.86%포인트, 이자절감액은 연 866억원으로 추정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금융사의 홍보도 크게 없었고 금융소비자의 인식도 부족해 활성화되지 못했다"면서 "비대면으로도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사용하는 고객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신용등급과 해당 금융회사와의 거래실적을 대출금리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소득 또는 재산의 증가나 영업실적 개선 등으로 신용 상태가 예전에 대출을 받을 때보다 크게 좋아지거나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개선된다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예금·적금·펀드·대출·신용카드 등의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자동이체 신청시 주거래은행으로 지정 하여 특정 금융회사와의 거래실적을 꾸준히 쌓을 것도 권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우수고객 우대서비스 제도’를 통해 자신이 이 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금리인하 요건에 해당되면 금리인하를 적극 요구할 것도 추천했다.

다만, 금리인하 요구와 관련해 알아둘 사항이 몇 가지 있다.

햇살론 등 정책자금대출과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대출 등 미리 정해진 금리 기준에 따라 취급된 상품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리 인하 요구를 들어주는 범위도 다르다. 예를 들어 A은행은 신용등급이 1단계만 상승해도 금리 인하를 수용하지만 B은행은 신용등급이 2단계까지 상승해야 수용하는 식이다. 또 일부 금융회사는 대출 실행 후 6개월이 지나야 하며 1년에 2회까지만 금리 인하를 수용하는 등 금리인하요구권 행사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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