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인터넷전문은행이 촉발한 모바일 소액 대출 전쟁에 시중은행들도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의 대출비중이 크게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20대의 경우 중년층보다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소득이 없거나 규칙적이지 않아서 자칫 채무불이행자로 전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이 큰 문제의식 없이 대출을 받는다는 점도 위험 노출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27일 출범 이후 한달간 가입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대출 고객은 30∼40대가 전체 대출액의 83.5%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20대가 6.25%를 차지했다. 가입 고객들을 보면 30대 비중이 35%로 가장 높았고 20대(30.1%), 40대(21.6%), 50대 이상(8.5%)이 뒤를 이었다. 비중은 30%인데 대출 고객의 비중은 6% 남짓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뱅크의 여신 상품은 300만원 이내의 소액 신용대출(일명 ‘비상금 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로 이뤄져있다. 고객 비중을 보면 건수 기준 비상금 대출 이용 고객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이렇게 서류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1~3분 내외의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소액대출이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들도 하나둘 출시 대열에 동참했다. 국민은행의 ‘KB리브 간편대출’과 신한은행이 최근 출시한 ‘포켓론’이 그 예다. 최고한도는 각각 300만원과 500만원, 최저금리는 약 4.68%와 3.01%다.

하지만 문제는 편리한 대출로 쉽게 빚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주 사용층이 모바일에 익숙하지만, 대출 등에 경각심이 낮은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인을 20대로 밝힌 금융소비자들이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을 받았다가 200만원이 통장에 들어와 용돈으로 쓰고 있다” “생각보다 한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한 번 여행갈 돈은 되는 것 같아 여행자금으로 썼다”는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첫 신용등급은 대부분 4~6등급 수준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2014년 8,090명에서 지난해 1만1,102명으로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연령층에서는 워크아웃 신청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8영업일(7월27일~8월3일) 동안 만 19세 이상 20대 이하 연령대의 비중이 대출 건수로는 18%인데, 대출 액수로는 5%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비상금 대출같은 소액 대출을 이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신용등급을 생각했을 때나 당장 유용자금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20대가 소액대출 신청을 받는 것 같다”며 “생활비나 취업 준비를 위해 빌린 돈이 소액이어도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의 금액도 없으니까 빌리는 것”이라며 소액대출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 절차가 쉬워지는 것이지 대출 후 관리나 승인이 쉬워지는 것은 아닌데 익숙한 모바일로 쉽게 대출을 하다보니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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