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미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자산축소를 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를 함에 따라 금리인상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 동결(1.00~1.25%)을 결정했다. 10월부터는 자산축소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규모는 4조5,000억달러로 매달 100억달러씩 줄일 계획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2.2%→2.4%)한 반면 내년 물가 전망치는 하향조종(2.0%→1.9%)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올해와 내년 모두 변화가 없었지만 연준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옐런 의장은 "낮은 물가가 미스터리"라고 언급했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감은 크지 않지만 물가가 높지 않은 이유를 완전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물가상승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입장에서는 기존 전망대로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두면서 향후 경제와 물가흐름에 따라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예상보다 낮은 물가흐름이 길어질수 있다는 점과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보인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 총재는 2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12월 금리인상 자체는 예견됐지만 국내 경기와 북한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연내 금리인상 시도의 가능성에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말을 아꼈다. 그는 "국내 경기와 물가 경로가 중요한데 북한 리스크가 있으니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예고됐지만 예전과 다른 북한 리스크의 강도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점도표의 중앙값은 변화가 없지만 편차가 좁아졌다. 작년에는 간극이 계속 확대됐지만 올해 들어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 점도표의 간극이 좁아졌다는 의미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의 간극이 좁아질 때 외환시장 변동성이 축소됐다"라며 "미 연준이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해서 이것이 금융시장 불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보유자산 축소 개시 결정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고 차관은 이 총재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으로 금융시장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온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 변화 신호가 조금씩 확고해지고 있다"라며 "경제는 심리에 영향을 받는 만큼 중요 이벤트에 대한 빈틈없는 대응으로 과도한 불안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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