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슈퍼카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심장이 필수다. 이를 위해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형태의 엔진을 개발했다.

더 크고 많은 실린더를 담기 위한 V형 엔진,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한 수평대향엔진(일명 복서엔진),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한 반켈(로터리)엔진 등. 모두 슈퍼카를 위해 발전해왔고, 발전하고 있는 내연기관이다.

여기에 친환경차 시대가 오면서 전기 모터도 슈퍼카에 알맞는 심장 후보로 떠올랐다. 테슬라 모델S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내는데 걸리는 시간) 2초대를 달성하면서다.

렉서스 LC500(왼쪽)와 BMW i8. 각 사 제공

마력과 최고속도가 내연기관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최대토크 구간이 훨씬 넓어 폭발적인 가속력을 낼 수 있는 전기모터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BMW i8이 바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조합한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2014년에 처음 나왔으면서도 무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출시됐다.

이후 3년이나 지난 2017에서야 i8에 대적할만한 차, 렉서스 LC500h가 나왔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슈퍼카가 일부 모습을 내보이긴 했지만, 사실상 판매에 집중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고가의 물건이었다. 렉서스는 가수 태양을 LC500h 모델로 계약하면서까지 마케팅에 열중이다.

i8과 LC500h는 같은 하이브리드이지만 구조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굳이 기술적 진보 수준을 따지자면 먼저 나온 i8이 오히려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i8은 전륜에 전기모터, 후륜에 가솔린엔진을 달아 4륜구동으로 움직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서 전기모터로만 24km를 달릴수 있기도 하다.

반면 LC500h는 토요타 고유의 복합형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모터 2개와 가솔린 엔진이 발을 맞춰 뒷 바퀴를 굴린다.

친환경적인 면에서 봐도 i8은 새내기 LC500h를 능가한다. 고작 1.5리터짜리 3기통 엔진을 달아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9g/km에 불과하다. 연비도 13.7km/ℓ. LC500h는 3.5리터짜리 V6 엔진을 달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5g/km, 연비는 10.9km/ℓ다.

성능이 부족하지도 않다. i8의 최고출력은 엔진 231마력에 모터 131마력을 합해 342마력이 된다. LC500h 합산출력이 359마력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i8이 500h보다 좋은 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편의사양에서 LC500h가 훨씬 앞선다. 차선유지보조를 비롯한 렉서스·토요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전부 실었기 때문이다. i8은 ADAS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실제 승차감에서도 LC500h가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LC500h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엔진에 유단기어를 조합해 10단 변속 기능을 제공한다. i8은 엔진에 토크컨버터식 6단 자동변속기, 모터에 2단 변속기가 쓰였다. 

가격적으로도 LC500h가 조금 더 저렴하다. i8은 1억9,680만원, LC500h는 1억8,000만원이다.

i8의 비싼 가격을 정당화했던 미래적인 디자인도 LC500h와 비교하면 특별나지 않다. LC500h는 콘셉트카인 LF-FC를 똑같이 재현해, 렉서스의 미래를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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