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 직장인 박모(34)씨는 주말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떠난다. 평일 과다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원형탈모가 생기고 심장이 두근대는 등 스트레스가 심화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심신 안정이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별다른 특효가 없었다. 결국 박씨는 여행을 취미로 삼고 주말마다 해외로 떠나기로 했다. 이후 그의 스트레스는 완화됐고 평일에는 주말에 여행을 간다는 설렘으로 하루를 보낸다.

# 직장인 장모(28·여)씨는 즉흥여행을 즐긴다. 우동이 먹고 싶으면 비행기를 타고 직접 일본으로 가 현지에서  우동 한그릇을 먹고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당일 비행기로 한국에 온다. 장씨는 최근 일본 가가와현 다카마츠 우동버스투어를 다녀와 우동도 먹고 관광도 즐겼다. 최근에는 남자친구와 청춘들의 허니문 열망지로 불리는 멕시코 칸쿤으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신혼생활을 미리 경험했다. 장씨에게 여행은 즉흥적인 본인의 성격과 잘 맞는 ‘궁합’ 같은 존재다.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 홀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출국장의 여행객들이 여행준비를 하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최근 국내 2030 세대들은 박씨와 장씨처럼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의 만족을 찾는 경향이 뚜렷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집이나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혹은 미래를 위해 번 돈을 저축하는 ‘소유’의 개념에 비중을 두었다면, ‘욜로족’으로 대변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번 돈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소비’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22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제주항공 기내에 탑승한 552명의 승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응답자의 50.2%가 여행계획을 세우고 나서 항공권을 구입하기 보다는 “항공사나 여행사의 할인 프로모션 등이 있거나, 떠나고 싶을 때 계획 없이 항공권을 구입한다”고 응답했다.

구성원끼리 추억을 쌓기 위해 몇일 전부터 계획하고 떠났던 여행은 예전이 된지 오래. 2030세대들은 ‘울적한 마음 달래기 위해’, 혹은 ‘항공사에서 특가를 진행해 충동적으로 떠나거나,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 홀로 여행을 떠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혼행족(혼자여행)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혼행족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젊은층에서 나홀로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SNS 상에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가감 없이 노출하는 게 일상화 되면서, 오히려 혼자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돼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제주항공에 따르면 혼행족 빈도는 지난 2월(30.8%) 조사에 비해 53.3%까지 늘어났으며, 특히 2030 세대의 홀로 여행 경험이 각각 56.1%, 56.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2030 세대들은 주말 해외여행이 일상화 된 만큼 일본, 홍콩 등 이웃나라들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이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도쿄(22.1%), 오사카(20.4%), 홍콩(11.9%), 후쿠오카(7.5%)를 추천했다.

장씨는 "요즘 항공사들이 저비용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싼 가격에 해외로 갈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다"며 "이제 해외여행은 시간적 여건이 안 돼 못갈 뿐, 경제적 여건으로 못가는 이유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본노선이 강세를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깝고 편리한 비행스케줄 그리고 다양한 여행정보를 얻기가 쉽다는 점 등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면서 젊은 층의 직장인과 대학생 사이에서 혼행족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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