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 항상성(恒常性)이다. 외부의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몸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바로 항상성이다.

즉, 균형이 깨지면 다시 그 균형을 회복하려는 성질이 항상성인데, 우리의 일상은 이 항상성에 의한 작용과 반작용의 연속이다.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통해 물을 보충하고, 더우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고, 운동 등으로 산소가 부족해지면 숨을 헐떡여서 빨리 산소를 보충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항상성에 의한 생명유지 현상들이다.

항상성은 비단 생명유지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노후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도 항상성이다. 즉, 현재나 미래나 항상 일정한 수준의 소비 항상성을 유지해야 노후생존이 가능하다. 우리 몸의 항상성이 깨질 경우 질병이 생기거나 극단적인 경우 생명을 잃게 되듯이, 우리 삶에서 소비의 항상성이 깨질 경우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삶이 고달파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 소비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별 빈곤율이 50대까지는 10%내외를 유지하다가 60대 이후부터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상승한다.

소비 항상성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저축과 지출 사이의 균형이다.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26.8%가 이 소비 항상성이 무너져 현재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버는 돈보다 지출하는 돈이 더 많은 것이다. 현재의 가계재정 상태가 이 정도일 진데, 이들이 나이 들어 노후가 되는 시점에서 가계재정이 보다 건전해질 거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은퇴 이후 노후의 소비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출과 저축의 균형을 젊었을 때부터 바로 잡아놔야 한다. 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의 삶에는 유리하지만, 미래의 삶에는 부정적이다.

반면 저축을 늘리는 것은 현재의 삶을 다소 힘들게 하지만, 미래의 삶에는 도움이 된다. 지출을 줄이고 저축의 양을 늘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간 꾸준히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도 있다.

생활 주변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지출을 줄이면 예상보다 큰 금액을 저축할 수 있다. 식후에 즐기는 커피 한 잔, 퇴근 길의 술 한 잔, 힘들다고 무작정 잡아타는 택시, 1년도 안돼 바꾸는 스마트폰 등 생활의 곳곳에서 조금씩만 줄여도 한 달이면 꽤나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은퇴 이후 노후의 소비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출과 저축의 균형을 젊었을 때부터 바로 잡아놔야 한다.

여기에 많은 가계들이 각종 대출을 활용해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꽤 큰 금액을 줄일 수 있다. 기존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면 재대출을 받아야 하며, 대출을 갚을 때는 금리가 낮은 것보다는 높은 금리의 빚부터 먼저 갚아나가야 한다.

지출을 줄이려는 의지와 노력 없이 기존에 하지 않던 저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의지와 노력에 미래의 꿈이 더해진다면 저축은 의외로 쉽게 시작해서 크게 키워 나갈 수 있다. 글/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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