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금융(金融)이란 이자를 받고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일정기간을 정하고 앞으로 있을 원금의 상환과 이자변제에 대해 상대방을 신용해 자금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속성상 돈을 떼이지 않는 것이 금융업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금융을 잘 대변해준다. 그만큼 차갑고 비정하기까지하다.

중금리 대출을 강화해 저신용자를 돕겠다고 공언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금융 혁신'의 첨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치켜세우며 출범시켰다.  금융의 불합리한 관행을 깨고 일자리 창출이나 4차산업 혁명의 신호탄이 될 것을 확신했다. 특히 중금리 대출을 강화해 저신용자를 돕겠다고 공언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였다.

금융권에서 이같은 호언장담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금융을 아는 사람이라면 돈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에서 금액 기준으로 신용등급 1~3 등 고신용자 비중은 87.3%였다. 국내 은행 전체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 78.2%보다 9.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반면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11.9%로 국내은행(17.5%)보다 밑돌았다. 영업 초기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정보 축적이 부족하고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모델 구축이 미흡한 점이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취급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이유다.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돈 장사를 한 셈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도 할 말은 있다. 통계상 대출액 기준만 보지 말고 대출건수로도 봐달라는 하소연이다.

그렇지만 예견된 결과다. 총 대출액 한도는 정해져 있는데 고신용자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면 금리장사도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체 리스크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고 성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하물며 금융업이라는 태생적 특수성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속성으로 볼때 더욱 그렇다. 고신용자에게 대출액 비중이 커짐에 따라 중신용자들에게는 대출 받은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건 뻔한 이치다.

대출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인터넷 세대인 젊은 층의 과소비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도 되새겨볼 일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의 속성으로 인해 원칙과 현실사이에서 번민하겠지만 중신용자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김재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