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KBS도 파업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가 지난 3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KBS에서도 속속 결방 및 스페셜 편성 등이 이뤄지고 있다. MBC에 이어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조만간 ‘올스톱’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에서 그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4일 ‘해피선데이’는 재방송과 미방송분 편집본으로 대체 방송됐다. 파업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이틀 간 진행 예정이었던 ‘해피선데이-1박2일’의 녹화 촬영이 취소되면서 결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2일’은 KBS 예능국을 대표할 수 있을만한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이들의 결방은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선 20일 KBS 고대영 사장이 열린 883차 정기이사회에서 “뉴스 부분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나머지 예능 등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기에 KBS로서는 잇단 파행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소속된 80여 명의 예능 프로그램 PD들은 “방송적폐를 청산해야 진정한 웃음을 이룰 수 있다”며 파업 의지를 철회하지 않을 뜻을 굳게 밝히고 있다.

'이웃집 찰스' 녹화 현장

라디오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KBS에 부는 파업의 여파는 사뭇 심각하다. TV, 뉴스, 라디오 등에 걸쳐 약 110개 방송이 재방송으로 대체 방송되거나 진행자를 교체하고 단축 방송되거나 심한 경우 편성에서 삭제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첫 방송된 이래 약 17년 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인 KBS1 ‘도전! 골든벨’ 역시 24일 결방됐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10분 시청자들과 만나왔지만 파업 여파로 정상 방송이 힘들어졌다. 이 자리를 KBS 걸작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채웠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KBS1 ‘이웃집 찰스’ 역시 이번 주(9월 25일~10월 1일) 편성표에서 삭제된 상태다. 마찬가지로 KBS 걸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 전파를 탄다. KBS2 ‘1대 100’은 지난 17일 예정됐던 500회 특집 녹화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에는 결방된다.

'우리말 겨루기' 엄지인 아나운서

KBS1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의 경우 진행을 맡은 엄지인 아나운서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성세정 아나운서가 대리 진행을 하게 됐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초대해 무대를 꾸미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역시 16일 방송된 ‘인디페스티벌-인디돌’ 특집 이후 결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23일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자리를 ‘영화가 좋다’ 재방송이 채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관계자는 “총파업 4주차에 접어든 KBS새노조는 2,000여 조합원의 총파업 대오를 강고히 유지해 공영 방송 정상화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중인 MBC 역시 줄줄이 결방을 이어갔다. 파업 3주차인 9월 넷째 주에는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 등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거나 스페셜 방송으로 꾸며졌다.

방송 프로그램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업무 등에 대한 검사 및 감독에 착수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전체회의에서 KBS와 MBC의 총파업에 대해 언급하며 “이 사태를 빨리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이번 검사로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운영 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할 경우 이사 해임 등의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KBS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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